귀하신 고등어, 싸게 모셔라

유통업체, 값 치솟는 ''생선 확보'' 특명
틈새형 소형포구 집중 공략 물량 뜨면 싸게 싹쓸이
배떼기형 어선째로 바로 구매 유통단계 확 줄여
  • 등록 2008-07-22 오전 8:25:04

    수정 2008-07-22 오전 8:25:04

[조선일보 제공] 롯데마트 김영태 수산물 바이어(구매담당자)의 하루는 요새 '24시간 비상 체제'다. 최근 광우병 파동 등의 여파로 수산물 수요가 예년에 비해 20~30% 늘어난 데 비해, 고유가로 인한 조업 감소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수산물 양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

특히 서민들의 밥상에 빼놓을 수 없는 고등어, 삼치의 경우엔 산지 가격이 30~50%나 뛰었지만, 소비자들이 '생필품'으로 여기기 때문에 유통업체 입장에선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다. 그는 "유통업체들 간에 가격 낮추기 전쟁이 치열하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에서 이기려면 나만의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썰렁한 공판장

주요 생선 산지들의 물량 부족 사태는 아주 심각하다. 2007년에 위판 금액 1170억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한 전라남도 여수공판장을 찾았다. 지난 16일 새벽 다섯 시, 8000㎡ 규모의 위판장은 텅 비어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6~10척의 배가 정박해 활발하게 물량을 쏟아 내야 하는 시점이지만, 이곳엔 배도, 중개상도 찾을 수 없었다. 여수 봉산출장소 안한선 소장은 "작년 이맘때에 비해 출항 선박은 29.5%, 출항인원은 45.2%나 감소했다"고 했다.

그나마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오전 8시 45분, 짝을 이뤄 고기를 잡는 100t 급의 '쌍끌이' 어선 금창호가 부두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평소 경매 시작 시간보다 무려 3시간이나 늦은 시각이었다. 하지만 어획량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병어 3박스, 삼치 6마리짜리 33박스, 8마리짜리 10박스 등 총 320박스에 불과했다. 유가가 폭등하기 전에는 이보다 3배는 많은 생선이 나왔다. 여수수협 최영항 조합장은 "요즘 선주들은 최대한 기름을 적게 소모하기 위해 제자리에 멈춰서 어획하게 되고, 고기의 흐름을 예측하고도 따라가지 않으니 이전보다 어획량이 줄어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다. 부산의 경우 전년 대비 고등어의 어획량이 30% 줄어든 가운데, 선단 약 29통 중 10~20%(3~7통)가 출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7월 고등어의 산지가격은 전년 대비 약 30% 정도 가격이 올랐다. 주요 산지의 삼치, 아귀, 병어 출하량도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뛰는' 고등어 위에 훨훨 '나는' 바이어

이처럼 산지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생선물가를 잡기 위해 수산물 바이어들은 여느 때보다 힘든 '아이디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영태 롯데마트 수산물 바이어의 경우, 대형 포구가 아닌 소형 포구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삼치, 고등어의 경우 기존 부산, 여수, 통영 등 주요산지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진해, 진도, 완도, 포항 강구 등 '중소 항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읍·면단위 포구까지 어획량과 경매시세를 입수, 가격이 가장 저렴한 포구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시차구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여기다 유통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배떼기'로 불리는 선상(船上) 경매다. 롯데마트는 고등어의 주 어획시기인 지난 1월, 6000박스가량의 고등어를 시세대비 약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배째 구매, 여름철 비수기에 시중가격 대비 25~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마트는 아예 원양 어선을 직접 운영한다. 동원산업, 사조CS 등 6개 원양어선 업체와 직거래 계약을 맺어 오징어, 한치, 동태, 대구 등 8개 품목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는 것. 어시장 경매 등의 중간유통 과정이 없어지는 만큼, 정상가보다 최고 35%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엔 일명 '마진 믹스(margin mix)'로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풍부한 갈치의 경우, 산지 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윤을 좀 많이 남기고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고등어와 삼치의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상황을 견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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