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알못' 공대남, "최저가 샤넬백 파는 곳은 누구보다 잘 알죠"

인공지능 기반 명품 거래 플랫폼 ‘트렌비’ 박경훈 대표 인터뷰
‘닷넷계 훈남’ 불리던 소프트웨어 개발자, 명품시장 뛰어들다
창업 약 2년 만에 거래액 5배 성장, 내년 초 아시아 시장 진출
“코로나 시대 '언택트 기술'과 '명품' 조합으로 대박쳤죠”
  • 등록 2020-09-14 오전 5:30:00

    수정 2020-09-14 오전 11:01:13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저는 명품의 ‘명’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제가 만든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샤넬 가방을 어느 나라에서 가장 저렴하게 파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박경훈 트렌비 대표)

국내 첫 AI 기반 명품 구매 플랫폼 ‘트렌비’는 투명한 가격 비교로 전 세계 최저가 제품을 찾아주고 정품 인증까지 책임지는 플랫폼 서비스다. 창립 첫 해인 2017년 거래액 91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451억원으로 5배 급성장했으며, 누적 거래액은 700억원을 돌파했다.

박경훈 트렌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트렌비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닷넷계의 훈남’, 영국 유학 도중 ‘명품’에 눈뜨다

트렌비를 창업한 박경훈(37) 대표는 개발자 출신으로 명품과는 거리가 먼 ‘공돌이’(공학도)였지만 학창시절부터 사업가 기질이 남달랐다. 중·고등학교 시절 등굣길에 ‘벼룩시장’을 매일 찾아 읽으면서 자전거, 라디오 등을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보면 직접 찾아가 물건을 받고 다시 중고시장에 내다 팔아 용돈벌이를 할 정도였다.

개발자로서의 역량도 뛰어났다. 2002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도 하기 전에 게임 회사에 취직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고, 2005년에는 최연소 마이크로소프트 MVP상을 거머쥐며 프로그래머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한국 최대 닷넷 개발자 커뮤니티 ‘훈스닷넷’의 대표로 소프트웨어 개발 트렌드를 전파하던 그는 ‘닷넷계의 훈남’으로 불리기도 했다. 개발자의 삶만 살던 박 대표가 명품에 관심을 갖고 트렌비를 창립하게 된 것은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다.

박 대표는 “10년 동안 쉼 없이 일만 하면서 많이 지쳐있기도 했고 사업에 있어 학위가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알게 됐다”면서 “쉬면서 공부도 할 겸 영국 옥스퍼드대에 입학해 소프트웨어 공학을 배우면서 게임·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여러 가지 창업을 시도해보고 다른 회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도 활동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명품 영역으로 사업을 넓힌 이유는 순전히 ‘시장성’ 때문이었다. 함께 유학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옥스포드 동문들과 함께 새로운 창업 영역에 대해 고민했다. 전 세계의 모든 세일 정보를 찾아내고, 글로벌 고객과 리테일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자는 ‘통 큰’ 목표가 출발점이었다. 각 나라별 가격 불균형이 가장 큰 카테고리(상품군) 중 하나인 ‘명품’을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희소성의 가치가 중요한 산업군인 동시에 불황 등 외부 경제적 요인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며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되는 롱테일 상품군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16년 초기 창업자금 3000만원으로 트렌비를 만들어 영국에서부터 테스트 사업을 시작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명품 시장은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럽과 한국의 명품 시장을 연결한다는 측면에선 충분히 비전이 있었다. 한국에 공식 법인을 세우기도 전부터 투자 문의가 들어올 정도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코로나19가 바꾼 ‘명품시장 판도’…트렌비 날개 달다

명품 유통 영역에 IT 기술을 더한 사업 모델을 고안한 박 대표의 선견지명은 올해 특히 더 빛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온라인 명품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트렌비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명품 시장의 판도가 변화하면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과 직접 콜래보레이션 판매를 기획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 8월 20만명에 불과하던 트렌비 월간 순 이용자(MAU)는 2018년 40만명, 2019년 12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코로나19 이후인 올해 8월에는 300만명까지 급증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익숙한데 MZ세대의 명품시장 침투로 맥킨지나 베인앤드컴퍼니 등에서 명품 온라인 시장이 기회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보수적이고 콧대 높은 글로벌 톱 명품 브랜드 내부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마스터피스(작품)’와 같은 명품을 온라인에 진열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많은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는 이미 많은 명품 그룹들이 IT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고, 트렌비도 LVMH그룹 등 파트너십 요청이 과거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명품의 ‘가품 논란’, ‘정품 인증’ 문제 대응에 있어서도 트렌비는 이미 한 발 앞서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트렌비는 전 세계 명품의 온라인 재고와 세일 상품 정보, 아웃렛 및 특가의 오프라인 상품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AI 검색 엔진 ‘트렌봇’을 활용한다.

트렌봇은 하루 세 번 전 세계 명품 세일 가격을 수집해 그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분석하고 사이즈와 옵션, 환율 계산 등을 자동 분류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여타 명품구매 서비스들이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하거나 중고 상품이 많은 것에 비해 트렌비는 구매 과정부터 전문 감정팀의 꼼꼼한 검수 및 사전 확인을 거치고 있으며, 포장·해외배송·통관과정까지 한 번에 책임진다.

모든 제품은 런던, 파리 등 명품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이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되며, 이를 위해 상품 소싱·큐레이션·정품검수 전문가들로 구성된 영국·독일·미국 법인과 현지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도 구찌·루이비통·입생로랑·프라다·샤넬·에르메스·몽클레어·막스마라·버버리·산드로 고야드·셀린느 등 5000여개 브랜드에 걸쳐 150만개 이상의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트렌비 인지도를 넓히는 것에 이어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동남아시아 등 국가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매월 최고 거래액을 갱신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희소한 명품 구매에 대한 욕구와 니즈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AI 시스템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글로벌 물류 인프라 확장을 통해 트렌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트렌비 홈페이지. (사진=트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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