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2030 역주행 마음 벅차"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특별 인터뷰
젊은 세대 광주 이해 관문 역할
꿈 같은 일 일어나 가슴 뜨거워
  • 등록 2020-11-02 오전 5:55:00

    수정 2020-11-02 오전 5:55: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소년이 온다’를 출간할 때 감히 꿈을 꾼다면 이 책을 읽는 젊은 세대, 어린 학생들에게 광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꿈같은 일이 정말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한강 작가는 지난 2014년 출간한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특별 인터뷰를 통해서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출간 이후 현재까지 한국에서만 40만부 넘게 판매됐고 전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올해는 5·18 40주년을 맞아 특별한정판이 제작돼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강 작가는 “다른 책은 몰라도 ‘소년이온다’ 만큼은 젊은 세대가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책 출간부터 밝혀왔다. 그는 “2013년 책을 구상하던 당시만 해도 상황이 매우 암울해 책이 나오면 기사가 한 줄이라도 나올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걱정과 달리 최근 특별한정판이 출간되고 2030이 굉장히 많이 책을 읽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마음이 굉장히 벅찼다”고 당시를 되새겼다.

한강 작가는 그만큼 소설을 쉽게, 한번에 끝까지 넘길 수 있도록 집필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이 소년이고 형식 자체가 소설이기도 해서 접근하기 쉽게 쓰고 싶었다”며 “소설을 쓸 때 길게 쓰지 않고, 책장이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한번도 소설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강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 읽었다. 그는 “당시 부상자, 목격자, 유족 등 900여 명이 넘는 이들의 구술 증언을 읽었는데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았다”며 “개괄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만 알았는데 파편들까지 읽으니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림이 크게 그려졌다”고 책 집필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소설이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알게 됐고 책 구조는 그날 일사천리로 짰다”고 덧붙였다.

‘소년이 온다’는 전 세계로 번역 출간되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알리는데도 역할을 크게 했다. 아시아권에서 ‘소년이 온다’는 한글 제목이 그대로 직역돼 출간됐다. 하지만 영어판 제목은 ‘휴먼 액트(Human Acts)’다. 이에 대해 한강 작가는 “책 제목을 그대로 하고 싶었는데 서양어권에서는 ‘온다’는 말이 다른 성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며 “책 앞쪽에 공수부대가 교회에 다녀오던 신혼 부부를 때리던 장면을 보고 ‘인간이 어떤 짓을 할 수 있는지 봤다’는 행위에서 착안해서 ‘인간의 행위’라고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한강 작가가 1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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