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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실적 발표 기자회견장에 손정의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7월~9월 3개월 동안 7001억엔(약 7조 46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14년 만이다. 시장도 적자를 예상했지만(480억엔 적자)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손 회장은 “이렇게까지 적자를 낸 건 처음”이라며 “태풍이 닥친 것 같다”고 했다.
손 회장이 설립한 세계 최대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비전펀드의 분기 손실액이 9702억엔(약 10조 3453억원)까지 커지면서 소포트뱅크의 실적까지 곤두박질쳤다.
손정의 “흐름에 휩쓸렸다”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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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워크 등이 흔들리면서 손 회장도 위기가 닥쳤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기업가치가 470억달러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던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불과 몇 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위워크 가치는 ‘제로’(0)라는 혹평도 나온다. 지난달 기업공개(IPO)에 실패했다.
손 회장이 과거 중국의 알리바바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6분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그는 닷컴버블이 끝나가던 2000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만났고, 그의 강력한 눈빛과 열정에 이끌려 당장 2000만달러(약 232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알리바바 투자는 수천배의 결실로 돌아왔지만, ‘감(感)’에 의존하는 손 회장의 투자방식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술 혁신과 금융 완화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현재 상황은 2000년 닷컴 버블 때와 유사하다”면서 “당시엔 상장된 정보기술(IT) 기업 주식에 돈이 몰렸다면 지금은 비상장 주식이 대상이고, 그 선두에 비전펀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손 회장도 “흐름에 휩쓸린 측면이 있다”면서 “아담 노이만(위워크 창업자)에 대해서도 과대한 평가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너덜너덜해졌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125조원 규모 비전펀드 2호 출범
손 회장은 상장 실패 이후 자금난에 빠진 위워크에 추가 출자를 포함해 총 95억달러(약 11조 115억원)의 금융 패키지를 단행했다.
손 회장은 “나는 야후, 스프린트 등 어려운 기업들을 실제 재건한 경험이 있다”며 “위워크에 대한 추가 투자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조치로 위워크에 대한 평균매수단가는 4분의 1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위워크를 너무 비싼 가격에 샀고, 추가 투자를 통해 평균매수단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위워크의 성장 가능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다.
2000년 닷컴 버블 때에도 사람들은 손 회장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그는 투자를 더 공격적으로 늘렸다. “외려 기업 가치가 터무니없이 떨어진 이때야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손 회장은 “배를 타고 가며 바로 앞을 보면 멀미가 나지만, 몇백km 앞을 내다보면 바다는 잔잔하고 뱃속도 편안해진다. 같은 이치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2호의 출범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전펀드 2호는 1080억달러(약 125조1838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소프트뱅크는 밝혔다. 손 회장은 “투자자들이 신중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자 의향을 보여주거나 새롭게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