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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상장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566개사에서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이는 12월 결산 전체 상장사(2003개사)의 28.3%, 전체 사외이사 3973명 중 18.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특히 2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전체의 5.8%인 116개사다. 여기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022년 7월부터 이사회에 여성임원을 1명 이상 둬야 하는 만큼 사외이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다. 재벌총수나 경영진을 견제하고 전문가적 시각을 제기하고자 도입됐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두게 돼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20년이 지나도록 사외이사의 거수기·독립성 논란은 여전하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36%가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권고를 받았다. 반대권고를 받은 사외이사의 76%가 이사회 독립성(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이해관계자 특수관계인, 전직 임직원, 장기 연임 등)에 문제가 있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수준이 가장 낮은 D그룹의 경우 선임한 사외이사 5명 중 4명(78.8%)이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수준이 가장 높은 A+그룹 대비 3배가 넘는 수치다.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가 특수관계, 이해관계에 얽혀 방패막이나 거수기로 전락하는 셈이다.
사외이사 임기제한을 두고 경총 등은 전 세계 유례없는 규제라고 항변하지만, 수 십년간 고인물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정부분 강제력이 필요하다. 기업지배구조원 분석에 따르면 재직기간이 길수록 부적절한 사외이사 후보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은 주주다.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상장사 임원 후보자의 세부경력사항과 이사회의 추천사유가 처음 기재되는 만큼 주주들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