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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여자는 이름을 기억해줄 가족조차 없었다. 반면 남자는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다만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사진이었다. 여자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지만 남자는 다 꺼내놓고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그 차이는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오는 9월 20일까지 여는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내니의 비밀’ 전과 게리 위노그랜드(1928~1986)의 ‘여성은 아름답다’ 전은 두 사람의 인생역정과 작품을 여러모로 비교할 수 있는 전시다.
△사진으로만 남은 수수께끼 같은 삶
2007년 시카고역사에 대한 책을 쓰려던 존 말루프는 동네 벼룩시장에서 네거티브 필름과 슈퍼8㎜, 16㎜ 필름, 다양한 비디오 녹화물, 잡다한 사진 등이 담겨 있는 박스를 샀다. 책에 쓸 이미지가 필요해서다. 동네 벼룩시장에서 산 필름박스는 단돈 380달러에 불과했다. 그런데 박스를 열어 필름을 현상해보니 범상치 않은 사진들이 나왔다. 말루프는 상자의 주인을 찾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다큐멘터리 후보에 오른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였다. 이 과정에서 마이어의 사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했다.
마이어는 2009년 요양원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독신으로 살았다. 직업이 보모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 그저 남긴 사진들을 통해 삶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전시에는 마이어가 1950년대부터 1979년까지 찍은 흑백사진 78점, 컬러사진 20점, 밀착흑백사진 7점과 함께 1965년에서 1973년까지 촬영한 영상물 9점을 선보인다. BBC에서 만든 마이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사진기법이나 작품성을 놓고 평가했을 때 마이어는 작가라기보다는 마니아에 가깝다. 하지만 작품이 전하는 감성은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삶과 맞물려 독특한 아우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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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거리표정, 여성 통해 담아
전시에서는 1975년 발표한 사진집 ‘여성은 아름답다’에서 추려낸, 작가의 서명이 들어간 빈티지 프린트 85점을 내보인다. 1960∼1970년대 뉴욕 등 대도시에서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여성들이 대상이었다.
위노그랜드의 사진에는 마이어에 비해 세련된 기교와 동적인 감각이 물씬 배어있다. 당시 대중이 즐겼을 풍요와 여유가 보인다. 그러나 마음으로 치고 들어오는 울컥함이나 뭉클함은 확실히 마이어에 비해 덜하다.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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