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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현 EH 경매연구소장은 올해 법원 경매를 통해 부동산 물건을 낙찰받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지난해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투자자라면 부동산시장 변화 흐름을 지켜보면서 하반기쯤 경매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조바심에 터무니 없는 가격 써선 안돼”
강 소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 법원경매 시장 평가와 올해 전망을 밝혔다.
먼저 그는 올해 경매 물건이 지난해보다 더 많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관측했다. 강 소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경매 신청을 한 물건들이 6~7개월 시차를 두고 올해 나온다”며 “경기가 계속 좋지 않은 상황에서 누적됐던 물건에 새로운 건들이 쌓여 2만 건 넘게 늘 수 있다”고 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9년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부동산 물건은 14만8464건으로, 전년보다 1만8000여건 늘었다. 올해엔 더 큰 폭으로 늘어나리란 전망이다.
낙찰가율, 낙찰률 등 지표는 지난해보다 저조한 성적을 예상했다. 강 소장은 “서울을 보면 지난해 주거용 부동산 낙찰가율이 92.2%, 평균 경쟁률이 4.8명이었다”며 “8~11월엔 낙찰가율이 평균 100%를 넘어 107%에 이르는 등 11월에 전고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경기가 계속 좋지 않은데다 12·16대책 등 정부 규제가 강해져 일반 집값처럼 상승세가 꺾였다”며 “과거엔 일반 부동산 시장과 경매에 시차가 있었지만 이젠 동행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 들어 개인을 넘어 법인까지 주거용 부동산 경매에 일반 부동산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초고가 부동산 대출 길이 막혔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강 소장은 실수요자라면 작년 하반기보단 가격이 떨어진 올 상반기부터 경매에 참여해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다만 투자자라면 가격 변동 가능성을 살피면서 하반기께 참여할 것을 권했다.
강 소장은 “작년 하반기를 경매시장의 표준이라고 보면 곤란하다”며 “올해 감정가 100%를 넘어 낙찰받으면 안 받느니만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세보다 싸게 손에 쥘 수 있단 경매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당부다. 그는 “작년엔 시세와 똑같은 입찰가를 써도 하루 지나면 저가가 되니 무리한 가격을 쓴 사람을 아마추어라 말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했다. 이어 “경매시장에 사람이 몰린다고 낙찰가를 터무니 없이 높게 쓰면 안된다”며 “이성적인 사람들이 모이면 터무니없는 낙찰가가 나올 수 없는데 이제는 그런 준칙이 깨져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장 다녀온 뒤 입찰서 미리 써야”
일반 부동산 매매 때와 마찬가지로 ‘임장’(현장을 둘러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관심 있는 동네에 물건이 나오는지를 살펴보다가 물건이 나오면 임장을 꼭 나가보라”며 “서류상 하자가 있는지 따져보고 주변 교통, 개발호재 등도 종합해 입찰가를 미리 적어서 법정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임장 등을 생략하다간 사고난다”며 “오늘 나온 물건에 목숨 걸지 말고 긴 안목으로 경매에 임하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강은현 소장 이력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건국대 부동산학 석·박사 △(전)유승컨설팅 대표 △(전)법무법인 산하 경매사업실장 △(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 교수 △<경매야 놀자>외 다수 경매 관련 서적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