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뒤집어써도 '평화로운 법원' 위해 최선 다하죠"

■극한 넘는 공무원 ⑧법원보안관리대
법원 안팎 안전지키는 사법 공무원
무도유단자·특수부대 출신은 기본
"민원인 상대 가장 어려워"…기상천외 소동도
"인명 구조하고 피해자 도울 때 보람"
  • 등록 2024-08-29 오전 5:40:00

    수정 2024-08-29 오전 6:31:20

슈퍼맨은 아닙니다만 우리 일상을 지켜주는… . 정부 부처나 지자체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들 중엔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고강도의 고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본지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공공복리를 위해 묵묵히 애쓰는 공무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김용관(가운데)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2팀장, 한상만(왼쪽)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2팀 3반장, 안시환(오른쪽) 서울중앙지법 법원보안관리대 실무관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법원을 들어서고 나설 때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얼굴이 있다. 바로 법원보안관리대다. 보안관리대는 법원 안팎의 질서 유지와 보안을 담당하는 사법 공무원이다. 행정부인 대통령실에 경호처가 있고, 입법부인 국회에 경호기획관실이 있듯 사법부인 법원에는 보안관리대가 있다. 다양한 직급이 있지만 편하게 ‘경위’로 통칭되기도 한다.

유단자·특수부대 출신은 기본…법원 내 숨은 ‘어벤져스’

법원 부지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방문인은 보안관리대의 시선 안에 있다. 전국에서 재판이 가장 많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내 3곳(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회생법원)을 160여 명이 매일같이 살핀다. 이데일리는 서울고법에서 청사팀을 관리하는 김용관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2팀장, 한상만 청사보안2팀 3반장과 서울중앙지법 법정팀서 근무 중인 안시환 실무관 등 3명과 인터뷰를 통해 법원 속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보안관리대는 크게 청사팀과 법정팀으로 나뉜다. 청사팀은 법정 밖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돌발 상황에 대응하고 법정팀은 법정 안에서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체육전공자나 무도 유단자, 특수부대 출신이 대부분인 이유다.

김용관(가운데)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2팀장, 한상만(왼쪽)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2팀 3반장, 안시환(오른쪽) 서울중앙지법 법원보안관리대 실무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기상천외’ 민원인 상대 가장 어려워…인분 뒤집어 쓰기도

각자의 사연을 안고 오는 법원이다 보니 기상천외한 소동은 비일비재하다. 김 팀장은 “과거 어떤 부자(父子) 피고인 중 한 명만 법정 구속이 됐는데 둘이 떨어지지 않겠다고 꼭 껴안고 누워버리는 바람에 지원팀을 불러 손가락 하나하나 떼어내는 일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통상 보안관리대원 한 명이 법정 한 곳을 전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사건별 특성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많은 사기 사건은 보안관리대원 입장에서 다루기 힘든 편에 속한다. 한 반장은 “이해관계자 200~300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제재가 힘들다”며 “폭행 당하고도 폭행한 사람을 특정하지 못해 법적인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치 사건의 경우 양쪽 진영에 기계적인 공평함을 지키는 것이 ‘노하우’다. 악성민원인은 매일 법원에 나와 특정 대원만을 괴롭히기도 한단다. 김 팀장은 “하루에도 실랑이가 10건은 발생하는데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소연했다. 보안관리대원이 송사에 휘말릴 경우 일부에선 법원 차원 대응을 해주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 보니 지난 2022년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바디캠과 캠코더로 직접 체증에 나서는 대원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사기 피해를 당한 한 어르신이 자신의 몸에 인분을 바르며 시위하는 바람에 퇴거 요청을 하던 대원들이 이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법정에선 구속 수감자와 물리적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안 실무관은 “선고가 끝나면 수감자를 교도관에게 인계해야 하는데 교도관이 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며 “이 사이 도주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보안관리대는 수갑 등 구속 장비와 체포권이 없기 때문에 오롯이 몸으로 막아서는 방법밖에 없다. 안 실무관은 “법정 내에서만이라도 또는 재판장의 명 아래 수갑을 채울 수 있다면 법정 안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관(가운데)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2팀장, 한상만(왼쪽) 서울고법 법원보안관리대 청사보안2팀 3반장, 안시환(오른쪽) 서울중앙지법 법원보안관리대 실무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법원 직원 및 모든 방문객 안전 유지 “의무이자 보람”

그럼에도 보람을 느끼는 매 순간들은 법원을 지키게 하는 힘이 된다. 김 팀장은 “법정에서 쓰러진 분을 응급처치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찾아오셔서 감사하단 인사를 건네주셨다”며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안 실무관은 “성범죄·폭행 피해자는 원래 법정에서 피고인을 대면하지 않지만, 피고인을 마주치게 될까 봐 무서워서 심문을 포기하려던 분이 계셨다”며 “뒤에서 지키고 있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집 가는 택시까지 태워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뿌듯했다”고 전했다. 한 반장은 “성공한 경호는 애초에 아무 일도 안 생기도록 하는 것”이라며 “‘평화로운 법원’ 그 자체가 보람”이라고 했다. 다만 “보안관리대는 누구에게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일부 민원인들은 ‘나쁜 사람을 왜 보호하냐’고 비난하지만 법원의 인식은 중립적이고 공평하단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김 팀장은 끝으로 “보안관리대가 소수직렬이라 법원 내부에서도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신데, 직원의 안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단 점을 알아주시면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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