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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배신했다’며 자책할 법도 한데 그는 ‘날짜를 미루지 말고 무조건 돈을 갚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어린 사장이 돈이나 제대로 갚겠냐며 우려하던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 “10원 한 푼 안 깎고 다 갚을 테니 1년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일하고 회사 주식을 처분한 끝에 1년 안에 모든 부채를 청산했다.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거래처와 새로운 신뢰를 쌓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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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업체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35·사진) 대표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신영제4호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오는 27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넥스에 상장한 지 1년여 만이다. 코스닥 상장이 이뤄질 경우 국내 2344개(11일 기준) 상장사 가운데 최연소 대표에 등극한다.
혹자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금수저’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송 대표는 넉넉지 못한 집안 사정에 중학교 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생활의 달인이다. 대학 진학 전부터 사업가가 되겠노라 마음먹고 2008년 지인에게 500만원을 빌려 모교인 경원대(현 가천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사업 성공을 위해 매달린 결과 창업 3년 만에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초기 영위하던 태양광 사업에서 LED 부품 사업으로 방향을 바꾼 이후 생각지도 못한 ‘14억 부채’라는 장벽과 마주했다. 그러나 “인생의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포기 대신 더 큰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최연소 상장사 대표’라는 타이틀이 자랑스러울 법도 한데 송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우리 회사가 어떤 기술력과 어떤 비전을 갖춘 회사인지 알리는 게 더 중요한데 최연소 대표라는 타이틀이 회사를 알리는데 도리어 방해 요소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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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의 시선은 이미 내년을 향하고 있다. 아이엘사이언스가 심혈을 기울인 신사업이 내년 개화(開花)를 앞두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내 LED 전장 사업이다. 송 대표는 “자동차 관련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테스트 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모교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7억5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강연 등에도 나서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베트남 취약계층 여성 자립을 위한 송아지 지원사업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상장 후 적극적인 일자리 마련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금액이나 규모보다도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한 분들에게 얼마나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자본시장 입성 후 노리는 첫 번째 목표는 2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라며 “회사를 믿고 투자하는 주주들과 임직원 모두가 상생하는 업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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