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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이 중국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거친 설전도 오가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통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위기다. 미중 관계가 악화할수록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위축되고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누리던 경제적 이익을 감소시키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중국 소비시장은 최근 3년 코로나19로 소비지출이 주춤했음에도 지난해 43조9733억위안(약 8487조 원)에 이르렀다. 금년도 소비증가율이 5%포인트 성장한다고 가정한다면 추가로 커지는 소비시장은 약 2조2000억위안(약 424조원)이 된다. 이를 버리고 어디에서 대체 시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를 책임져주진 않는다. 적어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한중 관계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양자를 일치시켜 생각한다면 경제가 정치로부터 어느 정도 분리되어 숨 쉴 공간을 스스로 제약하게 된다. 중국과 관계가 악화한 나라(지역)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은 중국과 정치적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경제적인 교류가 위축되지 않도록 여전히 경제 관료와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만나게 하고 있다. 심지어 애플, 테슬라 등 미국 기업도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프랑스도 중국의 거대 자동차 시장과 항공시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통로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조만간 한중 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국의 경제수장이 만나 중국이 필요로 하는 투자 품목을 논의하고 한국 기업의 현지 판로를 확보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협력은 중국 정부 역시 원하는 것이며, 한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중 정치 관계가 개선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지겠지만, 일단 경제협력을 통해 답답한 한중 관계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