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3일 보고한 북한정세 분석 내용을 두고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가 꺼낸 일갈이다. 막후지원을 해야 할 국정원장이 통일·외교·국방 해당 관련부처와의 소통 없이 개인적 의견이나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부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지난 3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의 전격 복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또 “북한이 북미회담 전제조건으로 광물수출, 정제유·생필품(고급양주·양복) 수입허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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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물론 외교당국 간 합의사항은 ‘누가 먼저 제안을 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 받아들였는지’ 등을 상세히 밝히지 않는 게 관례다. 게다가 남북 연락선 복구 조치가 “남북 정상 간 합의 결과”라는 청와대 발표와도 결이 달라 뒷말이 무성하다. 남북관계의 중대 분기점에 놓인 상황에서 대북동향 메시지에 신중해야 할 국정원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후 첫 정보위 보고에서도 “김 위원장이 (김여정을 통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의 섰다. 국정원이 직접 “김정은의 1인 통치체제는 불변하다”며 진화에 나설 정도로 파장은 적지 않았다. 당장엔 한미연합훈련을 놓고 사실상 연기 의견을 내비치면서 “김여정 하명 기관”이란 질타도 받았다.
다만 문제는 전달 방식과 발언 수위, 그리고 시기다. 남북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국가안보수장의 발언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알고 있다고 모조리 공개해서도, 부처 분석이나 판단을 확신해서도 안 된다. 애초 다른 맥락으로 읽힐 수 있고, 자칫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사회 간 외교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물론 정적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보기관의 수장은 정보에 관한 이야기만 해야 한다. 정책을 위해 정보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하노이회담 이후 긴 냉각기를 지나, 대선정국까지 겹친 민감한 시기다. 정치 9단 박지원 원장이 남북관계에서든, 정부 내에서든, 정치권에서든 스스로 ‘리스크’가 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