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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최근 전화(경희대·이화여대·중앙대)와 총장 면담(서울대·고려대)으로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정시전형 확대’를 주문했다. 현 고2 학생이 치르게 될 입시를 1년 4개월 앞두고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교육부 차관이 전화로 ‘정시 확대’ 주문
특히 교육부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수시 확대·정시 축소’ 기조를 뒤집는 것이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컸다.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대입정책포럼 등을 통해 수시가 너무 확대되고 정시모집 수능전형이 축소되는 상황에 학생·학부모의 우려가 많았다”며 “이런 우려를 일부 대학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번 대입 파동을 ‘김상곤 패싱’으로 연결 짓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개입해 차관을 움직였고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을 건너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차관이 장관에게 보고를 한 뒤 대학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청와대 개입’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교육부를 문제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잇따른 실축을 우려한 청와대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입한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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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교육부 수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1971년 교련 반대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제적됐다. 1983년부터는 한신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1986년 ‘6월 항쟁 교수선언’을 주도했으며, 이듬해인 1987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에 참여했다.
특히 2009년 4월 주민 직선으로 치러진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면서 진보교육감들의 좌장으로 부상했다. MB정부의 교육정책을 서열화 교육으로 규정짓고 앞장서 반기를 들었다. 경기교육감 재임 때는 무상급식·혁신학교를 현장에 안착시키면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김 부총리가 주변 사람들과만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다”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측근들이나 특정집단의 의견만 들으니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1 대상 2022 대입개편 시안이 시험대
교육부가 오는 11일께 발표할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향 시안’은 리더십 논란을 겪고 있는 김 장관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춘 대입 개편안으로 당초 지난해 8월 발표 예정이었지만 개편안의 골자인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결정을 1년 유예했다. 당시 교육부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개편안을 내 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4개월 뒤에야 의견수렴을 위한 대입정책포럼을 여는 등 김 장관이 교육감 시절의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부모·학생의 관심이 큰 새로운 대입개편안을 무난하게 매듭짓는다면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 시안에 반발이 크고 국민 여론수렴이 순탄치 않을 경우 그에 대한 리더십 논란은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