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베트남 내 9개 외국계 은행 중 1위 은행이다. 글로벌 은행인 HSBC도 베트남에선 신한은행에 뒤처진다. 이 나라 수도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광고가 신한은행이라는 점은 베트남에서의 신한은행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장(법인장)은 지난 3일(현지 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외국계 1등 은행’ 타이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계로선 ‘넘버원’이지만 베트남 전체 금융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1.5~2%에 불과하다”며 “로컬(현지) 은행과 경쟁해 현지 은행처럼 영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체 49개 은행 중 17~20위 정도인데, 2030년 10위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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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이미 현지화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46개 지점 가운데 34곳의 지점장을 베트남 직원으로 채웠다. 금융센터(지점보다 큰 규모의 영업점)에서 리테일(소매금융) 영업까지 담당하는 직원을 포함하면 현지인 지점장은 45명에 달한다. 본부에도 부장 대부분이 베트남인이며 본부장급도 17명이 베트남인이다. 또 전체 대출자산 중 리테일(개인 고객) 비중이 60%에 달하고 리테일 자산의 대부분은 현지 고객 자산이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그는 디지털화를 꼽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가능한 상품 출시에 대한 인가를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았다. 외국계는 물론 현지 은행을 포함해 신한이 최초였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 ‘은행산업 디지털화’ 계획을 발표하며 가계대출의 디지털 취급 비중을 2025년까지 70%, 2030년까지 8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 첫 단추로 신한은행을 선택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파일럿(시범운영) 단계로 상품을 취급 중이며 내년 중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기업부문 현지 비중 15%…판매기업 여신지원↑
하지만 강 법인장은 한국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신 의사결정을 한국에서 하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며 “당행은 이곳에 맞는 심사모델을 활용하고 여신심의위원회도 이곳에서 구성해 여신의사 결정을 직접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권 발행사나 상장 기업, 정부 공기업, FDI(해외직접투자자) 회사라면 비교적 괜찮다”고 했다. 비외감 기업에 대해선 “담보 여신이나 현장에서 직접 영업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호 비즈니스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엔 공급망 금융 상품도 처음 내놨다. 공급망 금융은 원청과 하청간 거래되는 매출 채권 등을 기반으로 실행하는 대출이다. 하청 기업으로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국가 전체로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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