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하기주 건축학회장 "입지 걸맞는 한강변 '층고 가이드' 필요"

특정 지역 고층 혜택, 시민 공감 못 얻어
입지 맞춰 디테일한 층고 가이드 필요
전국 68곳 예산 나누기식 도시재생
구도심 환경 개선에는 별 효과 없어
  • 등록 2017-12-18 오전 5:00:00

    수정 2017-12-18 오전 5:00:00

△하기주 대한건축학회 회장은 “서울 아파트 최고층수를 35층으로 획일적으로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체적인 스카이라인과 풍부한 녹지 공간 확보를 위해서도 다양한 밀도 관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사업 유형간 차별성이 불명확하고 국토교통부 한 부처만의 예산사업으로 인식해 지원이 종료된 이후 지속성이 약하다는 게 기존 도시재생 사업의 가장 큰 한계입니다. 주민의 역량 강화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하기 보다는 공적인 공간의 물리적 환경 조성에 큰 돈을 들이는 경향이 많다 보니 주민들간 갈등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기주 대한건축학회 회장(경일대 건축학부 교수)은 “그간 도시재생 사업이 공공 공간의 시설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정작 주민들의 삶의 질 변화가 없고 구도심은 여전히 신도시 개발지역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단기 성과 위주의 사업 평가와 예산 지원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내년부터 추진하는 전국 68곳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시범지구를 선정해 발표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노후 주거지에 매년 공적 재원 10조원을 투입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원주민이 일하고 거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재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설정 결과를 살펴보면 광역지자체에 선정 권한을 주면서 기초지자체에게 고르게 나눠주는 방식을 택했고, 주거문제 해소 보다는 정량지표 달성을 위해 특화 및 활성화 위주의 계획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하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려면 지역과 거주민의 충분한 기초 조사를 토대로 기본계획을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결과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을 우선 선정하고, 준비가 미흡한 지역은 지역과 거주자 등 기초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재건축, 같은 단지내 초고층-저층 조화 필요

△하기주 대한건축학회장
하 회장은 서울시의 재건축 최고층수(35층) 규제도 지역적 특성에 따른 유연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전역의 아파트 층고를 35층으로 획일적으로 명시한 것은 불합리하다는것이다.

하 회장은 “서울시의 ‘35층 룰’은 한강 조망권의 사유화와 경관의 차폐 문제를 해소하려는 필요성에서 출발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잠실 및 반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층수 완화 혜택을 받다 보니 다른 재건축 조합에게는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의 경관은 개별 건축물이나 단지에 의해 훼손될 수 없는 공공적 가치를 지닌다”며 “대지의 지정학적·인문적 특성과 경관을 고려해 공적 측면에서 아파트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층 연면적 비율)과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1층 면적 비율), 층수 등 밀도관리 기준을 좀 더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허용 용적률 범위에서 초고층과 저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 운용하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진설계 제대로 지키면 건축물 지진 피해 없어”

하 회장은 최근 포항지역이 지진으로 피해가 컸던 것은 건축산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편의성과 공사비 절감만을 추구하는 고질적인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축물 재난 및 안전관리 법령이 주로 중대형 건축물 중심으로 짜여져 단독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 소규모 건축물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최근 지진 등의 재난으로 볼 때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안전 관리 대책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 내진설계 기준이 거의 적용되지 않은 것은 설계자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전문지식도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6층 이상의 건축물은 건축구조전문가의 협력으로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6층 미만은 건축구조전문가가 아닌 건축설계전문가인 건축사의 내진설계 수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내진설계의 전문성 결여와 직결된다는 게 하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내진설계의 권한을 가진 전문가를 건축구조전문가로 한정하고 법적 책임 소재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물 설계(건축사), 건축물 내진 성능 확인(건축구조기술사), 건축 시공과 시공 감리 및 구조 감리(건축사, 건축시공기술사, 건축구조기술사 협동)의 각 건축 단계별 책임 주체와 권한 및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진설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건축물이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촉진하기 위해 용적율 완화 등의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내진보강촉진법을 도입해 범국민적인 홍보를 통한 내진 보강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건축도시’ 발전 촉진

하 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이 도시 공간 환경인 ‘스마트 건축도시’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 건축도시는 첨단기술이 기반이 되는 시스템 속에서 건축물이 주체가 되어 다른 도시 구성 인자들과 양방향 소통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의 ‘기획-계획-설계-시공-사용-유지관리-폐기’의 전 생애과정에서 ICT의 적극적인 활용과 융·복합도 지속가능해야 한다. 건축인프라의 노후화 진행과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도 스마트 건축도시로 해결할 수 있다.

하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스마트 건축도시에서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요소는 ‘건축이 인간 삶의 터전’이라는 점”이라며 “이를 통해 인간 중심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의 질이 향상되는 지속가능한 정주환경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하기주 회장은…

△1959년 부산 출생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건축구조공학 석사 △한국과학기술원 콘크리트 및 내진구조공학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 △건설기술정책원장 △대한건축학회 대구·경북지회장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위원회 위원 △대통령소속 국가정책위원회 위원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대표회장 △경일대 건축학부 교수

△하기주 대한건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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