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장에 몰려나와 대치하던 사람들이 원전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의 의사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지 주민 가운데서도 원전 정책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뉠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원전공사 중단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위원회 측과의 면담에 기꺼이 응했다고 한다. 일반 국민들 사이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제로’ 정책이 본격 가시화된 이후 간헐적으로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이런 현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공론화위원회 일행이 어제 현장에서 주민들로부터 받은 상반된 반응은 현실 인식에서 확연히 갈라진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원회 나름대로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공정한 결론을 도출해내기가 어려울뿐더러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데도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정부가 면밀한 사전 검토도 없이 밀어붙이는 바람에 공연히 민심이 찬반으로 대립하는 결과만 자초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화위원회가 매우 어려운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이다. 찬반 여론이 더욱 분열되는 사태가 벌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