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지상좌담, 환율전쟁 원인과 전망 그리고 과제는?

김정식 교수, 달러-원 1050원 밑돌면 외환위기 방불케 하는 위기 온다
이성한 원장, 단시일내 끝나기 어렵다 부작용 최소화 노력 절실
  • 등록 2013-01-01 오전 6:00:00

    수정 2013-01-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남현 김보리 기자] 주요 선진국들의 글로벌 환율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은 올 1월부터 매달 4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해 소위 4차 양적완화 정책에 돌입했다. 유럽도 지난해 9월 무제한 양적 통화확대 정책을 통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를 지원키로 했다. 여기에 일본 또한 아베 신조 총리 출범이후 물가상승률 2%를 제시하며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찍어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달러-원과 엔-원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있다. 구랍 28일 현재 달러-원은 1070.60원을 100엔당 원화는 1241.30원을 기록, 각각 2011년 9월과 2010년 5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본지에서는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과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원장의 지상좌담을 통해 글로벌 환율전쟁의 원인과 향후 전개방향을 진단하고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우리경제의 대응방안 등 해법을 모색코자 한다.

- 최근 선진국들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다. 환율전쟁이라고 할 만큼 자국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그 이유가 뭔가?

▲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이하 김 학장) = 자국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다. 이는 또 자국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원장(이하 이 원장) = 먼저 ‘환율전쟁’ 이라는 용어 선택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과거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될 시기에는 국가간 대립 양상이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국들이 양적완화를 취하는 과정에서 환율 움직임이 다소 심해지면서 표면적으로 갈등이 심한 것처럼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

최근 주요국들이 무제한 양적완화 완화에 주력하는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 등 위기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회복이 당초 의도한 것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 과거에도 선진국들의 환율전쟁이 있어왔다. 과거 환율전쟁과 이번 환율전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 김 학장 = 과거 양적완화는 유동성과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서였다. 특히 미국이 주도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자국의 금융산업 도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컸다. 아울러 ‘이웃 궁핍화’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환율을 높이면 다른 나라에 수출을 많이하는 반면 수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번에도 환율을 높이기 위한 양적완화와 자국의 수출진작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경제 키워드 역시 보호무역과 수출을 통한 내수진작이라 과거와 같은 맥락에 있다.

▲ 이 원장 = 과거에는 특정 상대방 국가들의 통화가치 절상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었다. 그 결과 과거 일본 엔화의 급격한 절상 및 중국 위안화의 달러 페그제 포기 현상 등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특정국에 대한 절상 요구가 아닌 자국통화 가치 상승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이 큰 차이다. 또 과거에는 美-日, 美-中과 같이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환율갈등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주요국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취했고, 풀린 자금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환율갈등이 표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분명한 대립 구조가 없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수적 현상이라는 점도 차이다.

- 선진국의 환율전쟁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 김 학장 =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다. 자국의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경기가 부양되기 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현 상황은 세계대공황에 비견된다. 내수로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환율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 이 원장 = 앞서 언급했듯 최근 환율갈등은 분명한 갈등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환율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데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적극적 양적완화 조치를 환율갈등의 주된 요인으로 본다면 대략적으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하는 시점을 환율갈등의 종료시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양적완화 조치의 중단은 각국이 내부적으로 목표한 수준까지 경기회복이 얼마만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목표들을 조기에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선진국의 환율전쟁이 한국 등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 김 학장 = 중국은 자본유입을 막고 있어 피해가 덜하다. 가장 피해를 가장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한국은 그동안 고환율 정책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었다. 광범위하게 저환율로 가야 한다는게 국민과 차기 정부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새정부는 저환율 정책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내수 부양 정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양적완화정책을 우리는 저환율정책을 유지한다면 1997년 상황과 유사하다.

반면 일본은 양적완화조치로 엔-달러 환율이 높아졌다. 우리는 낮고 일본은 높으니 우리 수출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새정부가 저환율 정책을 쓴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 그 효과가 나타나면서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있다.

결국 경상수지가 관건이다.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100억 달러 미만으로 갈 경우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과거 2008년에도 달러-원이 900원을 기록할 당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외환위기 증후가 나타났었다. 당시 스왑으로 해결했었다. 새정부 초기에는 내수부양에 방점을 찍을 것이고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고환율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 결국 올해는 저환율 내년에는 고환율로 갈 가능성이 크다.

▲ 이 원장 = 2010년 경주 G20 회의에서 시장결정적 환율 제도를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기로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고 위기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불가피했고 그 결과 환율갈등이 심화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요국들의 양적완화 조치가 위기 극복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였음에도 신흥국들은 이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신흥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고, 투자가 집중된 자산가격에는 자칫 버블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갑작스런 포트폴리오 조정이 나타날 경우 자본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위험도 있다. 이런 부작용들로 인해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를 결코 반길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 글로벌 환율전쟁여파로 달러-원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 김 학장 = 수출이 환율에 민감하다. 달러-원이 900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수출 주력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반면에 수입기업과 해외여행 등 분야는 긍정적일 것이다.

▲ 이 원장 = 최근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데는 주요국 양적완화 영향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측면도 상당부문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원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수출·입 기업간 명암이 엇갈리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 구조상 불리한 면이 더 많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들의 환위험관리 부담도 커지게 된다. 만약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양적완화로 풀린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에 더 빠른 속도로 유입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환위험관리에 대한 부담도 동반 증가할 수밖에 없다.

- 우리의 대응방안은?

▲ 김 학장 = 새정부는 어려운 정책 선택을 해야 한다. 환율정책을 내수 진작책으로. 내수는 재정정책이 될 전망이다. 우리는 외채 4000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대외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적정환율 수준은 국가와 기업에 따라 다르다. 기업 채산성에 맞는 수준도 다르다. 다만 경상수지 200억달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달러-원 1050원선이다. 1050원 이하로 떨어지면 상당히 어렵다. 일본 환율도 고민이다. 현재 일본 환율 수준이라면 달러-원이 1050원 밑으로 떨어지면 위험하다.

▲ 이 원장 = 주요국 양적완화조치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과거 자본시장 변동성 완화조치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한 것처럼 향후에도 보다 유연성 있는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기업들은 환율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노력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시장 다변화, 품질 개선, 신기술 개발 등 과거부터 강조해 온 노력들을 지속하는 한편 전사적 위험관리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수정·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각 경제주체들은 주요국들의 경쟁적 양적완화 조치가 단시일 내 끝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 등에 대해 세부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등 보수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57세' 김희애, 우아美
  • '쾅' 배터리 공장 불
  • 엄마 나 좀 보세요~
  • 우승 사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