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를 사는 치매 노인들에게 이와 같은 소박한 바람이 현실이 된 곳이 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센트럴역에서 기차와 도보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근교 도시 비스프에 위치한 ‘호그벡’(호헤베이크·The Hogeweyk). 이곳은 중증 치매인들이 한 마을처럼 모여 사는 세계 최초의 ‘치매마을’이다.
네덜란드 보건복지체육부(VWS)에 따르면 75세 인구 중 80% 이상이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고 치매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노인들이 집에서 더 머물며 세심한 보살핌과 요양시설 서비스 질 향상 등을 위한 ‘노인 돌봄을 위한 협약’을 2018년 3월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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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벡 치매마을은 의료복지 비영리기업 비비움(Vivium)그룹의 자회사 비 어드바이스(Be Advice)사가 운영한다. 1970년부터 이곳에서 여느 병원처럼 운영되던 호그베이(Hogewey) 요양시설을, 비 어드바이스가 2002년부터 마을 형태 호스피스 타운 건설을 시작해 2008년과 2010년 2단계에 걸쳐 치매마을 호그벡(The Hogeweyk)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이데일리가 방문한 호그벡은 암스테르담 시내 거리 한곳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광장엔잘 깔린 보도블록 따라 세워진 가로수와 벤치는 물론 곳곳에 위치한 건물엔 레스토랑과 바, 카페, 마트, 극장, 미용실, 음악실, 체육관, 액세서리숍 등이 들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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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외 테이블엔 마치 오랜 노부부처럼 보이는 남녀 한쌍이 다정하게 붙어 앉아 함께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즐겼다. 할 고문은 “저 둘은 실제 부부는 아니고 여기서 만났는데, 서로 취향이 잘 통하는지 매일 커플처럼 붙어다닌다”고 귀띔했다.
마트·카페 가며 취미도 마음껏…환자 아닌 사람으로
대지 면적 약 1만5000㎡으로 자리 잡은 호그벡에는 편의시설 건물동을 제외하고 27개의 집이 2층 건물로 마련됐다. 평범한 가정 같은 한 집마다 비슷한 문화권과 생활양식을 가진 7명의 치매인들이 입주해 동작 감지 설비가 마련된 공간에서 생활한다. 한 집당 요양사가 아침 2명, 낮 1명, 오후 2명, 야간 1명씩 교대로 상주하며 이들을 밀착 관리하고 관리팀이 요리와 청소·빨래 등 생활을 돕는다. 치매인 1명당 홈케어 인력은 0.87명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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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요양시설은 한마디로 전액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복지다. 일반 시민들이 평소 개별 소득·자산과 가족 상황에 따라 적게는 월 180유로(약 25만원)부터 많게는 월 2500유로(약 355만원) 수준까지 책정된 요양비를 납부하면, 정부가 각 요양시설 거주자 규모와 일수에 비례해서 운영비 등 예산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가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아무리 돈이 있고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입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와 의료기관에서 깐깐한 심사를 거쳐 중증 치매 판정을 받아야 비로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호그벡에는 밀려 있는 대기자가 4명이고 입주까지 평균 6~10개월이 소요된다. 거주 치매인들은 이곳에서 평균 2년6개월 가량 머물며 여생을 마무리하는데, 호그벡 의료진이 생애 말기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끝까지 책임진다.
할 고문은 “호그벡은 중증 치매인이라도 평소에 즐겨 하던 걸 금지하지 않는다. 핵심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며 “치매인들에게도 앞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이유와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호그벡의 콘셉트는 각 국가별 사회 제도에 맞춰 확산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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