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겸의 일본in]짱구가 리정혁 패러디…'사랑의 불시착' 日서 대박난 이유

86년생 짱구, 82년생 '동년배' 현빈 연기에 도전
극장판 짱구 성우도 "사랑의 불시착에 푹 빠져"
'사랑의 불시착 앓이' 배경에는 '기생충' 성공 있어
미지의 나라인 북한에 대한 일본인들 관심도 한몫
  • 등록 2021-01-10 오전 8:00:00

    수정 2021-01-10 오전 8:00:00

지난달 방영한 ‘크레용 신짱’ 한 장면(위). ‘사랑의 불시착’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사진=TV아사히·tv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짱구는 영원히 다섯 살이지만 실제 태어난 1986년이다. 현실나이로 따지면 올해로 35살이다. 짱구는 지난달 방송된 ‘크레용 신짱’에서 배우 현빈 연기에 도전했다.

부잣집 딸 수지(위)가 재벌 상속녀 역할을 맡은 손예진(아래)과 겹쳐 보이는 듯 하다(사진=TV아사히·tvN)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낙하산을 타고 탈출한 짱구의 친구 수지. 돌풍에 휩쓸려 훈이네 집으로 날아가 추락한다. 벨트가 풀려 낙하산에서 떨어지는 수지를 짱구가 받아준다. 정신을 차린 수지는 말한다. “짱구님에게 불시착 하는 거, 이 무슨 드라마틱한...”

현빈이 금수저 북한 장교 리정혁역을 맡고, 손예진이 재벌가 상속녀를 맡은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줄곧 스트리밍 1위를 지켜 왔다. 분단의 현실을 넘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만화에서 부잣집 딸 설정의 수지가 역시 재벌 역할을 맡은 손예진과 묘하게 겹쳐 보이는 듯 하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현빈의 잘생김을 연기한 짱구도 호평받았다.

현빈이 맡은 리정혁 역을 패러디 연기하는 짱구(사진=TV아사히)
‘사랑의 불시착’은 짱구와의 인연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개봉한 짱구 극장판 ‘격돌! 낙서왕국과 네 명의 용사’ 더빙에 참여한 배우 야마다 유키는 무대인사에서 “요즘 사랑의 불시착에 푹 빠져 있다”고 고백했다. 낙서를 소재로 한 영화이니만큼, ‘그리면 뭐든 현실이 되는 크레파스로 그리고 싶은 것은?’ 이란 질문이 나오자 ‘사랑’이라고 답하면서다.

야마다는 “사랑의 불시착에 빠져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라며 “뭘 그리려 해도 이것만 자꾸 생각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랑이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능청을 떨었다. 짱구 영화를 홍보하러 나와서 정작 ‘사랑의 불시착’을 향한 애정만 드러낸 셈. 그는 아차 싶었던지 “사랑의 불시착을 좋아하지만 내 일도 사랑한다. 그래서 사랑 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뒤늦게 포장하려 했지만...이미 짱구에겐 늦었나 보다.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고 했으면서!”라고 칭얼댄 것을 보면 말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정치권에서도 화제였다. 드라마 전편을 꼬박꼬박 챙겨봤다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대표적이다. 냉랭한 한일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도 ‘사랑의 불시착’이 한몫 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열린 한일의원연맹 총회에서다. 징용문제로 얼어붙은 양측 분위기를 녹인 건 다름아닌 콘텐츠의 힘이었던 것.

지난해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했다(사진=AFP)
전방위적인 인기 비결은 ‘물 들어올 때 확실하게 노 저었다’는 점이 꼽힌다. 포브스 재팬은 “2020년은 한류의 기세를 목격한 1년이었다”며 “그 배경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대성공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계급격차를 그린 이 영화가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물 들어올 때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개한 ‘사랑의 불시착’이 또 다른 한류 붐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과거보다 발전한 콘텐츠의 질도 영향을 미쳤다. ‘소년점프’로 유명한 일본 출판사 슈에이샤는 현재 K-드라마 열풍을 “‘겨울연가’ 시대보다도 영향력이 큰 사회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멜로 일변도였던 과거 드라마와 달리 남북의 분단 현실을 배경으로 치밀하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강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일본 시청자들에게도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만큼 북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이 생생하게 재현된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포브스 재팬은 코로나 사태 때 한국 콘텐츠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 정세를 반영한 스토리나 인재의 활용방법 등 가장 잘하는 분야를 밀어주면서 공격할 때를 1mm라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모처럼 아시아에 시선이 쏠린 이 시기, 일본도 일본다움을 잃지 말고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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