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쥐치 5만마리, 해운대 해파리 진짜 물리쳤나

지역 소득증대가 원래 방류목적
‘해파리 천적’ 여부는 확인 안돼
최근 고급횟감으로 높은 인기
  • 등록 2007-08-11 오후 2:15:36

    수정 2007-08-11 오후 2:15:36

[조선일보 제공] 지난 1일 부산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에는 말쥐치 5만 마리가 풀렸다. 해운대구가 해수욕장 피서객들을 쏘는 등 피해를 주고 있는 해파리 퇴치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말쥐치가 해파리의 천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 등 부산지역 해수욕장 6곳에서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32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 매일 어선이 동원돼 그물을 이용해 해파리 포획 작업을 펼치고 있는데 수거된 해파리만도 1000여 마리가 넘는다. 지름 30㎝, 무게 10㎏ 가량의 대형 노무라입깃 해파리가 잡히기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수만 마리의 말쥐치를 방류한 탓일까. 공교롭게도 지난 1일 35명에 이르렀던 해운대해수욕장의 해파리 피해 피서객이 2일 19명, 3일 10명, 4일 6명, 5일 1명, 6일 0명 등으로 갑자기 줄었다. 해운대해수욕장 임해행정봉사실 장재균(39)씨는 “연관성이 입증된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말쥐치 방류 후에 피해 사례와 해파리 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언론에 보도됐던 대로 말쥐치 방류는 해파리 퇴치를 위한 것이었을까. 처음부터 다시 추적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 말쥐치의 방류는 해파리 퇴치를 주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어류 자원 조성 사업을 위해 시작한 것이다.

말쥐치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해 연말. 해운대구 수산조정위원회의 어민 소득 증대를 위한 수산자원조성 사업 관련 간담회 자리였다. 지역 어민 대표,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수협, 해운대구 수산 관련 공무원 등 10여 명이 모였다. 어떤 품종의 물고기를 어디에 얼마나 방류할 것인가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는 매년 한차례씩 열려왔다.

이 자리에서 “최근 고급 횟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말쥐치를 방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7~10월이 제철인 말쥐치는 해운대 일대에 관광객이 몰려오는 시기와도 맞아 떨어져 지역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했다.

여기에다 강력한 이빨을 가지고 있는 말쥐치가 해파리를 공격한다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실험 결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급기야 ‘소득증대’와 ‘해파리 퇴치’라는 이중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박수를 쳤고, 2000만원의 예산 편성으로 이어졌다.





  • ▲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구청직원들이 말쥐치 치어 5만여마리를 방류하고 있다

올 3월 사업이 확정되자, 지난달 경남 통영의 양식종묘생산업체에서 6㎝ 가량되는 말쥐치 치어(稚魚) 1마리 당 400원을 주고 5만 마리를 구입하게 됐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말쥐치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2~3년쯤 뒤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매년 방류해 개체수를 늘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말쥐치 치어들이 모두 해운대 인근 앞바다에만 머무를 것이라고는 해운대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가을이나 겨울이 지난 뒤, 올해 뿌린 치어의 개체수에 대해 확인해볼 예정이다.

지금까지 방류 사업 대상이었던 볼락이나 돌돔 등이 최근 많이 잡히고 있는 만큼, 말쥐치도 비슷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말쥐치가 어느 정도 정착하면 해파리 천적도 키우고 어민들의 어자원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해파리 퇴치가 안되더라도 최소한 ‘어자원 확보’는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해운대구의 입장이다.

이미 나온 국립수산과학원의 실험 결과는 해운대구의 어자원 확보라는 ‘최소한’의 목표만 달성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시사해준다. 수산과학원은 2005년 수조 속에서 말쥐치가 유독성 해파리인 노무라입깃 해파리를 공격했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당시 말쥐치는 15~20㎝ 가량되는 다 자란 것이었고, 사흘 정도 굶어 몹시 배가 고픈 상황이었다.

바로 이것이 해운대구 수산조정위원회에서 언급됐던 수산과학원의 ‘말쥐치 해파리 공격’ 실험이었다. 당시 실험에 참가했던 윤원득 박사는 “일반화할 수 없는 실험 결과였다”면서 “말쥐치가 해파리를 공격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크게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9월에서 10월 사이에 실시한 실험에서는 말쥐치가 해파리를 건드리지도 않는 결과가 나왔다. 20㎝ 이상 되는 말쥐치 20여 마리가 오히려 도망가는 모습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임동현 박사는 “말쥐치가 자연산 양식산이냐에 따라 공격성에 차이가 많이 나고, 물 속에 다른 먹이가 있느냐 없느냐 등 각종 여건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며 “아직 일반화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가 축적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말쥐치의 해파리 공격 실험은 지금까지 3번 정도 밖에 실시되지 않았다. 외국에서도 말쥐치의 해파리 공격 실험 데이터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고 수산과학원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파리가 나타나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 퇴치에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당장의 실효성 보다 해파리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 하는 피서객들을 안심시키는 최소한 심리적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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