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은평구가 광역 재활용폐기물 처리시설인 광역자원순환센터(이하 센터)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해 동안 쏟아져 나오는 300t 규모의 쓰레기의 대부분을 수도권매립지 등 외부처리시설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당장 2~3년 후에는 외부 집하장 사용도 전면 금지될 예정이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쓰레기 처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진관동 일대 주민들이 공사 중지를 요구하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데다 센터 지하화 등 공사 계획 변경으로 예산 문제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떄문이다. 센터 건립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자칫 중지될 경우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은평구 진광동 일대에 들어설 광역자원순환센터 공사 현장 모습.(사진=은평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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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은평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토목(흙막이)공사를 시작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오는 7월 건축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준공 예정일은 2024년 4월.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된 광역자원순환센터 사업은 당초 올해나 내년 정도에 건립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9년이 지나서야 겨우 첫 삽을 뜨게 됐다.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센터 건립에 반발하는 은평구 진광동 주민을 비롯해 인근 경기 고양시 삼송·지축지구 주민들이 백지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는 폐기물 실시계획 인가가 무효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소송마저 제기한 상황이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공사를 진행하게 됐지만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를 비롯해 구청 게시판, 우편·방문 등을 통해 수만 건의 반대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며 “구청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반대가 심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푸념했다.
공사비 증액된 점도 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당초 진관동 일대에 들어서는 센터는 일부만 지하화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완전 지하화하기로 계획을 틀었다. 지하에 재활용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서고 지상에는 축구장, 다목적 구장 등 생활체육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으로 총 사업비도 기존 498억원에서 1011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사업 계획 변경에도 국비와 시비는 각각 91억, 106억원이 투입돼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 구비만 기존의 배가 넘는 513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증액된 금액은 폐기물 처리 관련 협약을 맺은 서대문구, 마포구가 함께 부담할 계획이다.
서북권에 속하면서 인접한 이들 3개 자치구는 하루 150톤(t) 규모의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시설을 공동 이용할 계획이다. 다른 자치구인 서대문구에는 음식물 폐기물, 마포구는 일반(생활) 폐기물 소각시설을 공동 이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이들 3개 자치구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폐기물을 상호 교환·처리하는 ‘환경 빅딜’에 합의해 예산 절감과 자원 순환의 선순환체계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은평구는 1년 동안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100%, 생활폐기물은 74%를 외부 시설을 이용해 처리하고 있다. 만약 서대문, 마포구와 합의를 했다고 해도 센터 준공이 늦어질 경우 수도권 매립지 사용이 종료되는 오는 2024~2025년에는 쓰레기를 처리할 뾰족한 방법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은평구는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수집운반+반입수수료)도 2020년 158억4400만원에서 2021년 168억2100만원으로 올랐다. 올해도 반입수수료 비용이 반영되면 쓰레기 처리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평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1회용 포장재가 급증해 폐기물 전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수도권 매입 반입총량을 초과하면서 관련 수수료가 적지 않게 쓰였다”며 “만약 수도권매립지 반입이 금지될 때까지 센터가 건립되지 않으면 쓰레기 처리에만 예산을 상당 부분을 쏟아붓는 등 감당이 안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은평구 광역자원순환센터 조감도.(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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