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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거친 붓선을 따라 굵은 선과 면, 강렬한 색채에 빠져들다 보면 어렴풋이 한 남자의 형상이 잡힌다. 빈티지 풍의 요란한 의자에 걸터앉은 이 남자는 한쪽 무릎에 빈 왼손을 올린 채 붓을 든 오른손은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다. 이 남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가 보다. 한창 작업 중이었나. 구상 중이었나. 그의 주위를 둘러싼 주변이 온통 푸르고 노랗고 붉은 색과 색이 들끓고 있다. 작가 신재호가 격렬하게 빼낸 ‘화가’(A Painter·2019)다.
작가는 인간이란 ‘존재’를 화면에 옮겨낸다. 그저 일상적인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빗대, 한 존재가 모습을 바꾸고 의식을 깨우는 과정 자체를 담아내려 하는 거다. 이를 두고 작가는 ‘탈바꿈’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작품 ‘화가’는 작가가 자신이란 존재를 격렬하게 치댄 자화상이었다. 예쁜 그림들이 앞다퉈 눈을 간질이는 요즘, 모처럼 ‘고뇌하는’ 강한 그림을 봤다.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이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기획초대전 ‘탈바꿈’(Metamorphosis)에서 볼 수 있다. 나무보드에 오일·마커펜. 146.5×79㎝. 작가 소장. 사이아트스페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