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대책 내놨지만 ‘공염불 우려’ 왜

경찰 면책조항 등 법 개정 ‘필수’
예산 확보도 시급한 ‘숙제’
신규 장비도 아직 상용 전 단계
“탁상공론 말고 시행 결과 분석해야”
  • 등록 2021-12-31 오전 6:00:00

    수정 2021-12-31 오전 6:00:00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최근 잇따른 강력 사건 부실 대응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이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쇄신에 나섰지만, 국회의 결단이 필요한 법 개정 과제가 대다수를 이루는 모양새다. 한국형 전자충격기, 저위험 대체총기 등 각종 현장 안전 장비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당장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규 장비는 없는데다 종합대책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거론된다.

7일 충북경찰청에서 신임 경찰관이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면책조항 등 법 개정 ‘필수’…예산 확보도 ‘숙제’

경찰청은 30일 그간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앞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서울 스토킹 피해 여성 사망 사건 등 연이은 강력 사건에서 미흡했던 현장 대응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위해 발생에도 현장 경관이 즉각적인 제지나 체포 없이 현장을 이탈하고, 추가 범행을 제지하지 못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도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임용된 신임 경찰들의 교육 훈련이 부족했고, 상당수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실사해 보지 않은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경찰관들이 위험상황에 위축되고 실질적인 현장 장비도 부족하다는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서울 스토킹 피해 여성 사망 사건의 경우 신변보호 대상자로서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았던 피해자의 두 차례 신고에도 신고자 위치 확인 지연으로 참극을 막지 못했다. 해당 사건 이전에도 전 남자친구였던 가해자의 지속적 괴롭힘 등이 있었음에도 보다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못한 점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경찰이 이번에 내놓은 추진 전략엔 △범죄피해자 보호 시스템 개선 △적극적 법집행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실전형 교육 훈련 △현장 맞춤형 장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다양한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종합대책에는 법 개정 없이는 추진할 수 없는 과제가 상당하다.

우선 경찰이 정당한 공무 집행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에 부담을 느끼는 현장 경찰관들이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입법 사항이다. 당초 경직법 개정안은 지난달 말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이견 없이 손쉽게 의결되면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도 순탄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에 가로막혀 연내 입법이 무산됐다.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권력 남용 및 인권 침해 가능성 등 법안의 구체성 부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법사위에서도 전문위원실에서 대안을 이미 마련해 관계기관 의견을 듣는 중”이라면서 “법사위 전체회의가 내년 1월에 개최된다고 하니 가급적 빨리 경직접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가정폭력·아동학대 등에서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과태료 규정을 형사처벌로 변경토록 관련법 개정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현재 경찰이 현장에서 100m 내 접근 금지하고 전기 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막는 ‘긴급 응급조치’의 경우 가해자가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이 전부다.

아울러 경찰은 보다 신속한 피해자 구호 조치를 위해 평균 1.9일(7%는 5일 이상)이 소요되는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검사 경유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 즉결심판과 소년 사건을 제외하고는 경찰이 직접 판사에게 청구하는 제도가 없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이 밖에 경찰은 종합대책 실행을 위해 범죄피해자 보호 예산도 전방위로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의 집행을 위한 법무부와의 논의도 필요한 실정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기금 속에서 경찰이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을 확충해야 하는 데, 이 문제는 법무부와 협의해야 한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운용해야 하는 경찰에 가장 적은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1000억원이 넘는 기금 중 경찰은 16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규 장비도 당장 쓸 수 있는 건 없어…“탁상공론 말아야”

아울러 경찰은 한국형 전자충격기 등 각종 현장 안전 장비를 도입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장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신규 장비는 제한적이다. 이번 대책에서 밝힌 현장 맞춤형 안전 장비는 △한국형 전자충격기 △저위험 대체총기 △전자충격 3종 장비 △제압·체포형 안전 장비 △경량 방검조끼 △긴급 경력 지원 무전기 등이다. 이 중에서 경찰이 내년에 당장 도입할 수 있는 것은 기존 무전기에 경력 지원 요청 기능을 추가한 긴급 경력 지원 무전기뿐이다. 나머지 장비들은 대부분 내년 하반기에나 시범운영이 가능한 수준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발표가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필요한 부분을 짚었지만 법 개정과 예산 부족 문제 해결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종합대책이 탁상공론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내년에 시행 결과 분석도 같이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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