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영 활짓에 탄성, 손열음 선율에 숨죽인 대관령

정명화·경화 이끄는 '대관령국제음악제' 가보니
'프랑스 스타일' 주제 내달 4일까지 22일간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신예 임지영 연주 기립박수
피아니스트 손열음 하프시코드 주자로 세계 데뷔
음악학교는 미래 인재 발굴의 장
  • 등록 2015-07-27 오전 6:17:10

    수정 2015-07-27 오전 6:17:10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난 24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콘서트홀에서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BWV 988’로 하프시코드 데뷔 무대를 갖고 있다(사진=대관령국제음악제).


[평창(강원)=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지난 23일 저녁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이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A단조’ 연주를 끝내자 공연장 안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관객의 시선은 지난 5월 말 한국인 최초로 ‘퀸엘리자베스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임지영에 쏠려 있던 터였다. 5초 정도가 흘렀을까. 탄성이 터져 나왔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한 이는 음악제의 공동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71)·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7) 자매. 두 감독은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포문을 연 떠오르는 기대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지영은 지난 7년 동안 음악제 음악학교의 학생이었고 바로 그날 초청연주자로 처음 무대에 섰다.

정명화·정경화 공동예술감독(사진=대관령국제음악제).
올해로 12년째. 그간 정명화·정경화 두 거장의 안목이 일군 축제의 하모니는 탄탄했다. 2004년 첫 출발한 대관령국제음악제는 2010년부터 두 거장이 공동감독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음악제 기획부터 연주자 섭외, 프로그램 선정과 마스터클래스 후원 유치 등 음악제의 내실과 외연을 두루 살피며 예술가의 축제이자 관객의 축제로 성장 중이다.

정명화 감독은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는가가 음악제의 성패를 좌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멋지게 표현해 주는가”라며 “역시 기대했던 대로 초청연주자들이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보답하고 싶다. 세계적 음악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예술가의 축제에 관객 몰리다…내달 4일까지

지난 23일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포문을 연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대관령국제음악제).
다음 달 4일까지 알펜시아콘서트홀과 뮤직텐트에서 펼치는 음악제의 하이라이트는 ‘저명연주가 시리즈’다. 올해 주제는 ‘프랑스 스타일’. 총 13회 공연에서 연주하는 63곡 중 절반인 32곡이 프랑스작곡가 15명의 작품이다. 이 곡들을 연주하기 위해 국내외 내로라하는 아티스트가 총출동한다. 현재 정규 콘서트홀 좌석(600석)은 모두 매진. 하지만 바로 옆 뮤직텐트(1300석)에서 무료로 공연을 생중계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주를 즐길 수 있다.

지난 24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하프시코드 세계 데뷔 무대는 압권이었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피아노곡 중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BWV 988’을 18~19세기 감성 그대로 하프시코드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려 전달했다. 오르간 같은 울림과 하프와 기타 소리를 번갈아 내며 화려한 선율을 뽑아냈다.

미국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 무용수인 발레리나 서희는 내달 1일 세계적 안무가 그레고리 돌바시안의 연출에 맞춰 라벨의 ‘볼레로’를 세계 초연한다. 프랑스 출신 발레리노 알렉산드르 암무디가 함께 무대에 선다. 또 같은 날 서울시향(예술감독 정명훈)의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숑은 각국서 온 연주자로 구성된 ‘GMMFS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국립합창단, 소프라노 황수미 등과 함께 포레의 ‘장 라신을 위한 찬가’ ‘레퀴엠’ 등을 들려준다.

△음악의 성장판…명연주자와 음악도의 만남

임지영·신지아·폴황·강승민·유영욱·김영욱 등의 공통점이 있다. 음악제에서 운영 중인 음악학교를 거쳐간 아티스트라는 것. 명성대로 음악학교를 찾는 국내외 학생은 넘쳐난다. 2004년 음악제와 함께 시작한 음악학교에 그간 참여한 학생 수는 20개국 1637명이다. 국내외서 온 저명교수는 매해 약 45명 정도. 재참가율은 49.5%에 달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한국에서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저명한 연주자와 교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건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레슨·연주도 좋지만 식사를 함께하거나 옆에서 거장 연주자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소중하다”며 “연주를 통해서 배울 점도 많지만 바로 곁에서 알아가는 것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세계적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스가 지난 23일 열린 음악학교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사진=대관령국제음악제).
지난 23일 열린 ‘비올라 마스터클래스’도 음악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 한국예술종합학교, 타이베이예술종합학교, 인디애나대 제이컵스음대 등에서 온 4명의 지원자가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 커티스음악원 총장의 레슨에 참여했다. 학생이 각각 준비한 1곡을 연주하고 멘토가 조언하는 식이다. 커티스음악원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클래식음악가 전문양성기관. 미국의 세계적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을 비롯해 작곡가 새뮤얼 바버, 피아니스트 랑랑 등 세계적 음악가를 배출했다. 자세 교정부터 학생의 소소한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장장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감정을 담아라” “어떤 느낌인지 더 생각하라” “몸이 앞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 등 디아스 총장의 조언대로 반복연습을 하자 학생들의 연주는 확실히 달라졌다. 학생 중 양현일은 “이번이 처음인데 매우 만족한다. 늘 고민해왔던 것이 해소된 느낌”이라고 활짝 웃었다.

정명화 감독은 “음악학교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른 다양한 학생은 물론 세계적 대가의 연주까지 들을 수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고, 또 뭘 하면 안 되는지까지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며 “음악학교에 참여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콩쿠르 우승 등 좋은 소식을 들려주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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