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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美기업들 “백악관 상대 소송 추진”
멕시코 관세장벽 사태의 발단은 미국은 내달 10일부터 멕시코산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미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까지 점진적으로 최대 25%까지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전날(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백악관의 성명에서 시작됐다. 이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반(反)이민정책 설계자로 잘 알려진 ‘극우성향’의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이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발표 하루 만에 파열음은 행정부·의회·기업 곳곳에서 목격됐다. 일단 USMCA 비준이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행정부의 반발을 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USMCA 비준이 위태로워진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썼다. 한 행정부 관리는 WSJ에 “그동안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왔지만, 최근 며칠간 대통령은 인내심을 잃었다”고 했다. CNBC방송은 “므누신 장관도 반대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들고 일어섰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 멕시코 관세를 철회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할 것”(존 머피 국제문제 담당 수석부회장)고 밝혔다. 미 상공회의소는 300만개 이상의 미 기업체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조직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 멕시코 관세의 경제적 부담은 미국 기업들의 몫”이라며 “특히 자동차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썼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멕시코 간 교역의 대부분은 자동차산업과 관련됐다”며 자동차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에 직면했다고 내다봤다. CNBC방송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업들의 소송)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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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CNBC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기업들의 부담은 5%의 관세 부과 땐 186억달러, 25%의 관세 부과 땐 93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성차가 나올 때까지 각종 부품이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만큼 손실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연간 멕시코에서 들여오는 자동차 부품은 479억달러, 자동차·트럭이 각각 341억달러·338억달러 수준이다. 이와 관련,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25%의 관세가 부과 시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7% 정도 위축될 것”이라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그들이 꼭 해야 할 일을 드디어 할 시간”이라고 멕시코 측을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설계자로 잘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CNBC방송에 “불법이민자를 방관해온 멕시코의 관심을 돌리고, 미국을 돕도록 하는 훌륭한 조치”라고 멕시코 관세장벽 조치를 치켜세운 뒤 “멕시코가 매우 우호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즉각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정부와 협력하기를 원한다”며 “멕시코가 이민 문제 해결을 기꺼이 도와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로페스 오르바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민정책에 있어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고 미국이 원하는 ‘새로운 조치’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멕시코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압적인 관세 위협에 필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대신 대화할 것”이라고 다소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 미국의 관세폭탄 부과 예고 이후 페소 가치 하락·주식시장 폭락 등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만약 관세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 등 멕시코 경제 전반에 받는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면충돌’만큼은 피하려는 것으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