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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나 계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푸념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 창업자의 말이다. 정부는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벤처 및 중소기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인을 존경하기보다는 죄악시하는 데 어떻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업인을 죄악시하는데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상당수 벤처기업인들이 당분간 해외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 경제정책을 뜯어보면 기업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포괄임금제 등 산적한 노동 현안에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적인 경제 여건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 금리·유가·환율 줄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마저 꺾이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업인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마음껏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 안산공단에서 전자부품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노동정책 등이 급진적으로 추진돼 기업인 입장에서 너무 야속하다”면서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융통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