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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에선 기준 강화를 기점으로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가 확 줄어들었고, 이후 안전진단을 실시해 통과한 단지도 전무한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이하 올림픽 아파트)의 정면 돌파가 재건축 시장의 새 뇌관이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적률 137%, 대지지분도 넓어 사업성 ‘굿’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 아파트 소유자 500여명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이달 중순부터 정밀 안전진단 용역 예치금 마련을 위한 소유자 동의 절차에 착수했다. 정밀 안전진단은 최소 8개 동 이상에서 이뤄지고, 이에 따른 비용은 4억~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앞서 이 아파트는 올해 3월 주민 10% 이상 동의를 얻어 1차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을 실시해 송파구청으로부터 2차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 1988년 6월 준공된 올림픽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은 채웠다. 이 단지는 총 122개동에 5540가구로 단일 아파트 기준으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용적률 137%에 세대별 대지지분도 꽤 넓어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이동 A공인 관계자는 “올림픽 아파트 공급면적 112㎡(34평)의 대지지분은 69㎡인데,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공급면적 112㎡·대지지분 76㎡)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3월 5일부터 시행된 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사업 추진에 암초로 작용했다. 앞서 정부는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을 막겠다는 취지로 안전진단 평가의 핵심인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까지 확 높였다. 건물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을 경우에만 재건축을 가능하게 해 올림픽 아파트뿐만 아니라 서울 전체 재건축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다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올림픽 아파트가 구조적 안전성에 취약한 PC공법으로 지어져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서류상(서울시 건축물대장)에는 주요 구조가 철근콘크리트(RC)라고 표기돼 있지만 일부 저층이나 외벽 등은 PC공법으로 지어졌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한 아파트 주민은 “최근 한 가정에서 내부 인테리어를 하면서 벽지와 마감재 등을 다 뜯어냈는데 벽체와 기둥 사이 이격이 심하고, 슬래브 처짐 현상을 발견했다”며 “이는 PC공법에 따른 노후화라고 판단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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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공법은 미리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해 짓는 건축 방식이다. 거푸집(임시틀)을 짜고 철근을 배근한 후 콘크리트를 타설해 짓는 RC 방식과 차이가 있다. 배규웅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980년~1990년대 정부가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일부 단지에 PC공법이 많이 적용됐다“며 ”이 공법은 RC에 비해 시공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지만 조립 과정 부실로 인한 내구성·안정성 문제로 요즘에는 아파트 건설에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재건축 연한을 다 채우지 않고도 안전진단을 통과했던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8단지’(1988년 준공)가 바로 PC공법으로 지어졌던 아파트다.
이번 올림픽 아파트의 안전진단 추진은 최근 다시 꿈틀거리는 서울 재건축 시장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최근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에서 올림픽 아파트의 정밀 안전진단 추진은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이동 S공인 대표는 “올림픽 아파트는 안전진단 추진 이슈 이외에도 지하철 9호선 3단계 연장 개통 호재도 있어 급매물이 많지 않다”며 “현재 매물로 나온 전용 84㎡가 13억~14억원대인데 안전진단 추진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