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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문민통제의 강화’와 ‘군의 정치적 중립’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국방부 조사에서도 밝혀졌지만 기무사나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에는 국가정보원이 연관되어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청와대에 보고되었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일이 상급 기관인 청와대나 국정원의 지시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면, 문민통제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방의 문민화가 절실한 이유는 조직의 개방성과 활력을 위해서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너무나 폐쇄적이었다. ‘군은 특수하다’는 고정관념과 기밀유지의 철칙을 내세우며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어느 조직이든 외부의 개입이 없으면 조직이기주의와 부정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가안보를 염려하는 군의 충정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우리 군이 더 강력해지고 더욱 유능해지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자극과 경쟁이 절실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방업무 전반에 걸쳐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는 더욱 확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국방 문민화는 단순히 인적 융합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군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적어도 두 가지 정책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댓글 공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적 이유로 군이 동원되었다는 것은 인사(人事) 상의 이유에서든 다른 제도적 이유에서든 정치적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말해준다. 군 인사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면, 군 지휘관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댓글 공작 역시 이런 구조에서 발생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군 인사가 정치적 판단에서 결정되는 일부터 고쳐야 한다.
작전계획 수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중요한 만큼 각 군과 민간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토론과정이다. 계급의 권위가 지배하는 공간에서 집단지성은 발휘되기 어렵다. 우리 군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계급의 권위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명령과 복종의 윤리만이 지배하는 조직에서 혁신은 고사하고 생산적 토론마저 어렵다. ‘계급장 떼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조직의 건강함이 개방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국방의 문민화를 넘어 민주화로 가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