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공시횡령` 주의보

주가상승 틈탄 작전 성행..허위공시 빈발
사전 방지 불가능..신중한 접근 필수
  • 등록 2005-03-06 오전 10:30:45

    수정 2005-03-06 오전 10:30:45

[edaily 황현이기자]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는 틈을 악용해 불순한 머니게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동안 자취를 감춘 듯 했던 작전세력이 확실한 근거없이 막연한 기대감을 유포하거나 매집으로 투자자들의 혼선을 부추기는 케이스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서다. 공시 게시자의 의도에 따라 내용이 전혀 달라지는 사례도 최근 속출하고 있다. 공시에는 사실만 들어 있는 게 아니고 최악의 경우 완전한 허위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공시 횡령에 휘둘리는 주가 코스닥 상장기업 세고(053320)엔터테인먼트는 대표이사가 34억6356만8574원을 유용 및 횡령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그러나 이달 3일에는 감사의 특별조사 결과 횡령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기존의 공시는 임직원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공시했다. 공시가 번복되는 사이 주가는 급락과 급등을 반복했다. 횡령 공시 하루 전부터 내리 사흘 연속 하한가로 떨어졌다가 부인 공시가 나온 3일 6% 넘게 반등했다. 그러나 횡령 부인 공시를 횡령 혐의자 당사자인 문태홍 대표이사측이 게재한 사실이 이날 장중 알려지면서 급락세를 재개, 8%대의 하락률로 마감했다. 현재 문 대표는 지난 1월 직모업체인 현민텍스에 회사를 넘기면서 사실상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 횡령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해 문 대표의 횡령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판정한 감사 이 모씨는 문 대표의 처남이다. 세고의 결산 보고서를 감사하다 문 대표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박창희 회계사(신한회계법인)는 "문 대표가 감사 전날 감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박 회계사는 "문 대표는 가짜 영수증 및 계약서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삿돈을 빼냈다"며 "최종적인 횡령 여부는 수사기관이 판단하겠지만 증거가 너무나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 공시 덜컥 믿다간 큰 코 다친다 역시 최근 횡령 사건이 불거진 동진에코텍(054250)의 사례도 `함부로 공시를 믿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교훈(?)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 수처리 기계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말부터 호재성 공시를 잇따라 내놓으며 주가가 몇 배나 뛰었다. 지난해 8월 3000원대였던 주가는 올해를 6000원대에서 시작했고 지난달 중순에는 2만원을 훌쩍 넘겼다. 이 기간 텔레매틱스 단말기 유통계약, 바이오벤처 투자계획 등 각종 인기 테마에 부합하는 내용이 담긴 공시를 속속 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시들의 책임직을 맡았던 김성수 관리이사는 횡령 혐의를 받게 됐고 공시 담당자는 교체됐다. 김 이사가 공시로 띄워놨던 주가는 이달 들어 다시 6000원대로 주저앉았다. 동진에코텍 한 관계자는 "김 이사 책임하에 이뤄진 호재성 공시의 이면에는 결탁 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텔레매틱스나 바이오벤처 관련 공시는 대부분 경영 실적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112억3928만원의 누적 매출액과 19억5048만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 회사는 현재까지 발견된 김 이사의 횡령액이 4억원이라고 밝힌 가운데 아직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 냄새나는 종목은 일단 피해야 현재의 공시체계에서 세고나 동진에코텍과 같은 사례 재발을 사전에 방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본적으로 공시 책임은 기업이 지지만 공시 담당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허위 공시도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허위 공시나 내용이 부풀려진 과장 공시는 작전 세력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치명적인 사건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게 과거의 경험이다. 세고나 동진에코텍의 경우 최종 공시 권한을 갖는 대표이사 자리가 모두 횡령 혐의자로 채워져 앞으로도 투자자들이 공시로 혼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세고엔터를 인수한 현민텍스측은 현재 문 대표의 대표이사 직위 해제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 가처분 결정이 나기까지 적어도 2주~3주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동진에코텍은 김 관리이사가 임시로 이사회를 소집해 새로운 대표이사가 됐다. 다만 이사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등기는 거부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작전은 주로 대형주보다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형주를 대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 의심나는 공시는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공시라는 이름이 공신력을 말해주고는 있으나 이른바 "냄새"가 나면 한 번 더 확인해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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