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월 기다린 항고…‘불기소 처분 의견과 동일’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인도 위작사건과 관련해 지난 1월 서울고검에 항고한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은 약 4개월이 지난 23일 항고가 기각됐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검찰이 보낸 통지서에는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항고는 이유 없다’는 취지의 한 문장이 전부였다.
앞서 천 화백의 유족들은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주장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판단, 거짓기고문을 쓴 정모 전 현대미술관 학예실장만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천 화백 측 변호인은 “항고를 접수하면서 많은 추가 증거를 많이 냈으나 검찰이 이를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기각 통지를 하면 검찰이 이를 들여다봤는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항고기각에 대한 검찰의 불성실한 설명에 대한 불만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
지난해 기준 검찰에 처리한 항고사건(4만8341명) 중 기각된 것은 약 83.4%(4만305명)에 달한다. 매년 수만명의 민원인들이 검찰이 항고를 기각한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돌아서는 셈이다.
이는 법원의 판결문과 비교되기도 한다. 법원의 경우 상급심에서 증거 또는 주장이 추가됐을 경우 원심과 같은 결론(기각)을 내린다고 해도 새로운 내용에 대한 판단을 더해 판결문을 작성한다.
검찰은 모든 항고기각결정 통지서를 짧게 작성하는 것을 아니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항고기각 사유를 자세히 쓰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친철한 항고기각서도 경청할만한 의견이다.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항고에 대한 판단은 검찰이 스스로 하기 때문에 더욱 충분한 설명이 중요하다”며 “검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민원인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항고-법원과 검찰의 결정이나 명령에 불복하는 절차다. 검사의 결정에 대한 항고는 지방검찰청을 통해서 소속 고검의 검사장에게 한다. 고검장의 결정에 불복하려면 고검을 통해서 검찰총장에게 재항고할 수 있다. 항고와 재항고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