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낙상사고로 척추가 부러진 존 맥클(84) 할아버지는 수술을 해도 나아질 수 없단 의사의 말을 듣고 4년 전 ‘포레스트 힐(Forest Hill Home&Hospital)’ 요양병원에 들어왔다. 수많은 재활 시도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 전동휠체어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는 병원 직원들 덕에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대에 누워 여가를 보내던 맥클씨는 “전에도 여기 왔다가 3주 뒤에 퇴원했었는데 생활하기가 편해서 다시 왔다”며 “보통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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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도심에서 벗어난 주택가 동네 ‘노스쇼어’에 자리 잡은 포레스트 힐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사립요양병원이다. 최근 노인을 제압한 기록이 없고, 노인 사망률 1위로 꼽히는 낙상사고도 없어 3년 동안 남는 침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지난 1일 이데일리가 방문한 포레스트 힐에선 오전부터 뉴스 읽기와 가벼운 취미활동, 야외 산책까지 바쁜 오전 일정을 마친 노인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각자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넓은 거실에 나와 일광욕을 하는가 하면, 1인 1실로 마련된 공간에서 티비를 보는 등 오후를 보내던 참이었다.
현재 74명의 노인이 거주 중인 포레스트 힐은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사실상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65세가 넘으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노인연금을 지급하는 정부의 복지정책 덕분이다. 노인들이 입주비의 28%를 연금으로 차감하면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입주자와 기관에게 각자 지급해 남은 금액을 충당하는데 정부 인증을 받은 요양병원엔 모두 적용된다.
비용 부담이 적은 데다 △진료비 및 약제비 △식비 △간병비 △병실료 등 대부분 항목이 포함되니 병원에 들어오는 노인도, 그의 가족들도 심적 부담이 덜하다. 섬망증(정신착란) 증세가 심해져 영국 북부에서 뉴질랜드로 온 베아트리스(92) 할머니는 “가족들과 지낼 때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다녀서 여기가 안전할 것 같아서 왔다”며 “직원들도 잘 보살펴주니까 특별히 할 건 없어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성대 수술을 받은 80대 허버트(가명) 할아버지 또한 “말을 많이 하면 목은 아프지만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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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노인요양시설은 크게 △양로원 △치매전문시설 △요양병원 △치매전문병원 등 4가지로 나뉜다. 한국과 비슷한 기준으로 의료 서비스 유무에 따라 시설을 분류하고 등급을 매긴 뒤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요양병원의 경우 정부가 매년 비용 상한선을 지역별로 정해 발표한다. 아무리 사립시설이라도 일반실은 정부가 설정한 금액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으며, 특별실의 경우 5~85뉴질랜드달러까지 추가 금액을 설정해 받는다.
촘촘한 복지제도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도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요양시설 부족 문제에 직면해있다. 뉴질랜드 통계청(Stats NZ)에 따르면 지난해 뉴질랜드 인구 6명 중 1명이던 65세 이상 인구는 오는 2028년 인구 5명 중 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미시 슬랙 인구 추정 및 예측 관리자는 “뉴질랜드의 65세 이상 인구는 하루에 약 80명씩 증가하고 있다”며 “6년 이내에 100만 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시설 관계자들은 이미 요양시설 과부하를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니스 반 밀 포레스트힐 병원장은 “최근 3년 동안 99%로 운영하고 있어서 항상 침상이 꽉 차 있는데 지난주만 해도 노인 11명의 입주를 거절했다”며 “꾸준한 고령화로 시설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의료시설이 없는 요양원과 치매전문시설은 병원 기능이 있는 시설보다 정부 지원이 적은 편이라 사업 유지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통·번역 도움=이다윗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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