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은 주택관리사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고용불안을 꼽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인천 모 아파트에서 발생한 ‘이경숙 주택관리사 피살 사건’은 아파트 관리직 근로자들에 대한 일부 주민의 갑질·괴롭힘 문제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짚고, 이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해달라고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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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15일 서울 금천구 협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 전 국민의 70%의 안전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주택관리사제도가 만들어졌고 우리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4일 회장으로 당선돼 3년 이제 막 취임 100일을 넘겼다. 20년을 현직에서 뛴 워킹맘으로 이젠 전국 2만4000명에 달하는 주택관리사들의 대표가 돼 이들의 근로여건 개선 등을 위해 일하는 중이다.
회장직에 오른 그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이른바 ‘이경숙법’ 제정이다. 고(故) 이경숙 관리사는 법적으로 관리사무소장 명의 인감으로 만들어야 하는 관리비 통장을 본인 명의로 바꾸려는 입대의 회장 이모씨을 제지하다가 흉기로 살해당했다. 이 회장은 회장 당선 전부터 협회 회원들과 함께 국회 앞 1인 시위, 삭발 시위 등을 벌이며 제도개선을 요구해왔다.
특히 그는 피고인 이모씨가 전날 1심 재판에서 17년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선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했다. 이 회장은 “입주민의 재산을 지키려던 관리소장이 무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검찰이 구형했던 30년에 크게 못 미친다”며 “보다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일부 주민들이 관리직 종사자들을 하대·무시하는 잘못된 행태가 가장 충격적으로 나타난 사례란 게 이 회장의 진단이다. 실제로 일부 입주민들의 횡포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목숨을 잃는 관리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에만 관리사 3명이 사망했다”며 “안산에선 한 분이 돌연사했고, 부천에선 한 분이 출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인천에선 이경숙 관리사가 피살당했는데 모두 업무 관련성이 높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비원·관리소장도 누군가의 가족…따뜻하게 대해달라”
이 회장은 “사계절을 지내봐야 단지의 어느 곳이 안전에 취약한지 등을 살펴볼 수 있고, 장기수선계획에 맞게 3년을 일해야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확보된다”며 “고용이 불안하면 부당업무 지시에도 소신 있게 일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국 주택관리사들의 평균 계약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협회 차원에서 현황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요보다 많은 공급은 고용 불안의 문제를 키우고 있다. 주택관리사는 2019년 4000명, 2020년 1710명 배출됐고 올해엔 1600명을 상대평가로 뽑는다. 이 회장은 “우리는 개업자격증이 아닌 취업자격증이라 공동주택이 늘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다”며 “일자리는 2만개 정도인데 6만명 정도 관리사가 배출된 상황으로 수급조절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3년 임기만 채우고 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관 개정을 통한 3년 단임 또는 4년 단임제를 제도화시키는 것도 그의 목표다. 이 회장은 “주어진 3년 동안 주택관리사들이 전문가로서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전환을 이끌어 내는 데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경비원, 관리소장 등 관리소 직원들도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이고 아들, 딸”이라며 “이 분들을 주민 여러분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해달라. 부당한 인권침해로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제도 개선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