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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두 달가량 앞두고 인력을 300명 이상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이하 중기)들 사이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출퇴근 자율제’인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한편, 생산직을 중심으로 외주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위적인 인력 감축과 ‘회사 쪼개기’ 등 편법도 감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주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두 달 후인 올 7월부터 시행된다. 30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되며, 50∼299명 기업은 2020년, 5∼49명은 2021년부터 관련법을 적용한다.
인력 충원·외주 늘리기 등 ‘정공법’ 대응
‘발등에 불’이 떨어진 300인 이상 중기는 관련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도체장비를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036930)은 외주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구사한다. 반도체장비는 전방산업 투자에 따라 실적이 천차만별인 ‘천수답’ 분야다. 이 회사는 요즘처럼 일감이 몰릴 경우 외주 인력을 크게 늘리는 한편, 향후 일감이 줄어들 경우 자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평일 8시간 근무를 적용하는 등 바뀐 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해 예행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전사적인 인력 충원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현재 550명 수준인 인력을 연내 600명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B사 역시 연장근무가 잦은 R&D 인력을 중심으로 충원할 방침이다. B사 사장은 “시간에 쫓기는 R&D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뾰족한 수가 없다”며 “R&D의 질을 떨어뜨릴 수 없기 때문에 인력 보강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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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일종의 편법도 나오고 있다. 인력을 300명 이하로 줄여 법 적용을 일정기간 유예 받으려 하는가 하면, 여름휴가를 포함한 연차를 올 상반기 중 소진하는 캠페인을 실시, 법 시행 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곳도 있다.
특히 자동화설비를 적극 도입, 부족한 일손을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는 당초 ‘일자리 늘리기’에 방점을 둔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견 가구기업인 C사는 공장에 자동화설비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C사 관계자는 “군소업체들이 난립하는 가구산업은 가격경쟁력이 생존을 위한 열쇠”라며 “자동화설비를 도입할 경우 단기적인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사업부를 분할,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이른바 ‘회사 쪼개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OECD 최상위권인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무차별적이고 급진적인 추진은 우리 경제 물적 토대인 기업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