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구의 남녀사이] 멋진 애인, 후진 남편 된다?

  • 등록 2006-03-22 오전 7:32:55

    수정 2006-03-22 오전 7:32:55

[조선일보 제공] 모임에서 모든 오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막둥이 여동생이 얼마 전 ‘결혼’을 발표했다. 듣자 하니 돈푼깨나 있는 집안과 회계사라는 직업이 결정적 매력요소인 듯 하나 막둥이는 끝까지 ‘사람이 너무너무 착하고 날 끔찍이 위해줘서’가 이유의 전부란다.


그 친구가 막둥이에게 보여준 행동들은 같은 남자로서 좀 짜증이 날 정도로 달콤·말랑·쫄깃하게 감동스럽긴 했다. 얼마 전, 충무김밥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퇴근 후, 왕복 8시간 동안 운전을 해 경남 통영까지 충무김밥을 사러 다녀온 사건은 그나마 애교스럽다.

매일 아침 전화로 모닝콜을 해서는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하며 ‘제주도 푸른 밤’을 불러 주기도 하고, 파스타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이태리 요리 학원을 등록하기도 했단다.

오빠들은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그 정도는 약과다. 결혼 전에 우리 와이프가 충무김밥 먹고 싶다고 해서 아예 충무에서 30년간 김밥을 만드신 원조 할머니를 모시고 올라왔다! 사실 ‘제주도 푸른 밤’은 연애시절 우리 와이프를 위해 내가 작곡한 노래다. 나는 우리 와이프 꼬시려고 간과 쓸개를 헐값에 팔았다! 등등…. 다들 결혼 전 화려한 예고편을 보여줬던 셈이다.

영화판에 전해져 오는 명언으로 ‘잘 만든 예고편 하나 열 명작 부럽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거짓말이다. 방금 내가 지어낸 말이다. 하지만 예고편에 이른바 ‘낚여서’ 극장을 찾은 뒤 막상 영화를 보고 난 후 예고편이 전부더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애도 그런 것 같다. 연애란 ‘당신이 만약 나와 결혼하게 된다면 우린 이렇게 살게 될 것이오’하는 것을 미리 조금 맛보여 주는 예고편이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화려한 예고편은 지나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 본편이 가진 담백하고 잔잔한 재미를 놓치게 할 위험이 있다.

예고편에선 막대한 물량공세를 쏟아 부어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판타스틱 액션영화인 줄 알았더니 막상 본편에선 시종 롱테이크 연발의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막둥이 여동생은 그간 회계사 친구가 보여준 화려한 액션의 늪에 완전히 빠져 있다. 자기 앞에 펼쳐질 인디아나 존스처럼,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한 결혼의 환상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귀엽고 사랑스런 그녀의 행복을 위하여 예고편을 뛰어넘는 본편이 탄생하길 조심스레 빌어본다.

허나, 힘들다고 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쾅! 서울시청 인근 역주행
  • 韓 상공에 뜬 '탑건'
  • 낮에 뜬 '서울달'
  • 발목 부상에도 '괜찮아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