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진보진영, 교조적 논리 벗어나야"

"진보가 진보다우려면 미래 문제 고민해야"
"좌파 신자유주의, 교조적 논리 비꼰 말..오해 않기를"
"참여정부는 유연한 진보..책임있는 논쟁되도록"
  • 등록 2007-02-18 오전 11:34:03

    수정 2007-02-18 오전 11:34:03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그동안 진보진영의 공격에 대응을 자제해왔던 노무현 대통령이 `분열을 극복하고 유연한 자세로, 참여정부를 도와주길 바란다`는 취지로 진보진영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와 사회발전 과정에서 생긴 분열과 좌절, 작은 차이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어려운 처지의 저와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브리핑에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한다-진보적 가치 실현 위해선 유연성과 책임성 중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지난 11일 노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기 전에 이미 작성했던 것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정체성에 대한 논쟁`,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논쟁`, `진보진영 평가를 둘러싼 논쟁`등을 보고 솔직한 생각과 의견을 정리했다고 청와대가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진보진영이 현실에 발을 딛고 책임감을 갖기를 바란다는 게 노대통령의 뜻"이라며 "노 대통령은 아직도 진보진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며 글의 불필요한 논란을 피했다.  
 
그렇지만 진보진영이 이 글에 수긍하지 않고 반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글의 요지.

◇`개방으로 나라가 무너질 것`이랬지만= 진보진영은 개방을 할때마다 `개방으로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걱정했으나 우리 경제는 모든 개방을 성공으로 기록하면서 발전을 계속했다. 이제는 2만불 시대에 들어섰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급속한 구조조정과 97년 외환위기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정책으로 교정할 문제이지 시장경제원리나 세계화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닌게 분명하다.

◇참여정부 때문에 진보진영 망하게 생겼다니?= 민주진영은 단결을 내세웠지만 작은 차이로 분열하는 일도 많았고, 대의를 내세웠지만 이기주의도 적지 않았다. 진보진영이라고 해 분명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데도 아무 지적도 하지 않고, 심지어는 이름을 걸고 도와주다가 `그것 맞느냐`고 물으면 `그냥 이름만 걸어준 것`이라고 변명하는 무책임도 옳지 않다. 참여정부가 민심의 지지를 잃은 책임을 묻는다면 저는 그저 송구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문에 진보 진영이 망하게 생겼다고 원망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얘기다.

국민총생산 대비 복지지출을 미국 일본 수준으로, 2030년까지는 현재의 유럽수준으로 높이자는 `비전 2030`도 이전에 없던 국가 장기발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얼마나 진지한 관심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진보가 진보다우려면 미래 문제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오랜 숙원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 일부는 평택기지 건설을 반대해 정부를 곤경에 몰아넣고 이를 지원했다. 우리나라가 진보진영만 사는 나라인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 `노정권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었다"는 주장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다.

이라크 파병, FTA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사실은 인정하자. 제가 마음에 안든다고 `지역주의가 별문제가 아니다`거나 `언론 언론권력, 정치언론의 횡포가 별 것 아니다`는 논리까지 나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오래 전에 진보진영의 한 학자에게 "나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 대통령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분은 그때 "그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제가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어려운 처지의 저와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지만 무슨 사상과 교리의 틀을 가지고 현실을 재단하는 태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개방을 거부하자는 주장이나 법으로 직장을 보장하자는 주장은 현실이 아니다.

◇`좌판 신자유주의, 엉뚱한 오해`= 청와대는 정권에 대한 평가에 대해 책임회피를 하자고 진정성이라는 말은 쓴 일은 없다.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참여정부를 굳이 교조적인 이념의 틀에 가두어 놓고 두드리려는 의도로 한쪽에서는 `좌파정부`라 비난하고, 한쪽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하는 상황이 못마땅해 이런 비판을 교조적 논리라고 비꼬아서 한 말이다. 더이상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참여정부는 굳이 이름 붙이자면 `유연한 진보`라고 붙이고 싶다. `교조적 진보`에 대응하는 개념이라 생각하고 붙인 이름이다.

◇`다음 정권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일 없다`= 저 때문에 진보진영이 다음 정권을 놓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는 다음 정권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일 없다. 다음선거에서 민주 혹은 진보진영이 성공하고 안하고는 스스로의 문제이고,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저에게 다음 정권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진보진영이 무엇을 잘해서 정권을 잡을 일이라면 참여정부 시대에도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반사적 이익을 보겠다는 말이라면 다음에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

◇`민주진영은 자부심 가져야`=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등장했는데, 대단히 부당한 논리다.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갈등과 혼란이 적지 않았지만, 어느 나라고 할 것 없이 사회변동과정에서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지난 20여년 민주주의를 주도하고,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민주진영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화와 사회발전 과정에서 생긴 분열과 좌절의 상처가 남아있다. 아직 분열은 극복되지 않았고, 작은 차이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저는 민주화 과정 20년의 한 획을 긋는 나름대로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4년 아쉬움이 있지만 보람과 자부심도 있다.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진보진영의 논쟁이 서로가 책임을 다하는 범위안에서 애정과 이해를 가지고 냉정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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