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버스의 공습…"보조금 재설계+수소버스 활성화 특단책 필요"

中전기버스, 지난 5년간 꾸준히 성장
보조금 절반 이상, 중국산 구매에 사용
  • 등록 2024-07-29 오전 5:30:05

    수정 2024-07-29 오전 6:07:28

[이데일리 박민 이다원 공지유 기자]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산과 비교해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데 1억원 가량 쌉니다. 가뜩이나 승객 감소로 인해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중국산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경기도 A 시내버스 운수사업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올해 정부가 무공해차 보급 확대를 위해 목표로 잡은 전기버스 보급 대수는 총 2000여대. 업계에선 이들 차량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으로 채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의 버스운수사들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노후 버스 교체 시 저상버스 의무화’로 전기 저상버스(차체가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버스) 도입을 늘리고 있는데, ‘싼 가격‘을 이유로 중국산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에 나오는 것”이라며 “중국산 전기버스가 보조금 혜택까지 받으면서 국내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보조금 제도를 더욱 촘촘하게 재설계하고, 국산 전기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별도 지원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중국산 전기버스, 5년간 점유율 우상향

2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국토교통부 등록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새로 등록된 전기버스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간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2019년 23.9%→2020년 33.2%→2021년 37.8%→2022년 41.8%→2023년 54.1% 등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신규 등록 전기버스 1076대 중 중국산은 438대로 전체 40.7%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2~3월에 확정된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도 중국산 비중은 50%를 웃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버스 공습에 기름을 부은 건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와 보조금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 350만대(전기차 420만· 수소차 30만) 보급을 목표로 매해 구매보조금을 지방자치단체와 매칭해 뿌리는데, 중국산 전기버스가 이러한 보조금을 타 먹으며 세를 불려 온 것이다. 애초에 생산 단가가 낮아 국산보다 판매 가격이 싼 중국산 전기버스는 정부의 보조금 혜택까지 받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실제로 환경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수도권에 전기버스 보조금으로 2857억원을 집행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454억원(50.9%)이 중국산 구매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뒤늦게 중국산 전기버스 공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보조금 혜택에 유불리가 있도록 차등을 줬지만 효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배터리 성능과 재활용성에 따라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산은 보조금을 더 받게 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중국산은 보조금을 덜 받게 했으나 차액이 3000만~4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산 버스의 경우 공급 단가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보조금이 줄더라도 수요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는 현대자동차그룹, KGM커머셜(구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 3곳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준대형(40인승 이상) 전기 저상버스의 판매가격은 3억원 중후반에서 4억원 중반대다. 서울의 경우 2억원(국고보조금 7000만원·지방보조금 3000만원·저상버스 보조금 92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혜택을 적용하면 버스운수사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1억원 중후반에 2억원 중반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하이거, 황해자동차, BYD(비야디)의 전기버스는 국내 판매가격은 국산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상태지만, 실제 판매할 때는 가격 할인을 통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넘게 싸게 파는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전기버스회사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중국 현지 내 출고가격이 매우 저렴한데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국내로 들여올 때 국산 전기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뻥튀기해 판다는 말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을 뻥튀기해도 국내에선 보조금 혜택까지 받으니 국산 전기버스에 비해 가격이 쌀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특히 중국의 하이거 전기버스는 국산 전기버스처럼 NCM 배터리를 탑재해 현행 보조금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스업계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중국산 전기버스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노선버스 승객은 43억4500만명으로 2019년 승객(53억4700만명)과 비교해 81.3%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수년간 지하철과 경전철 등 운송 수단이 전국 각지에 잇따라 확충되면서 버스 승객이 줄어든 것이다. 시내버스 운수사 한 관계자는 “매출이 줄다 보니 운수사 입장에서는 운영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중국산 전기버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보조금 제도 개선하고, 별도 지원책 검토해야

업계에선 국내 전기버스가 중국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경우 국내 생산 감소로 이어져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기버스 충전소에서 부품, 애프터서비스(A/S)까지 전기버스 생태계를 모조리 장악해 가격 결정권 전횡을 휘두를 가능성도 있다.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 역사 승강기가 중국산으로 대거 바뀐 뒤 부품 수급의 차질로 고장난 승강기가 몇 개월간 방치되는 일이 버스에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했다. 김필수 교수는 “보조금 제도 개선과 함께 성능이나 유지관리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전기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고 중국과 기술 격차가 큰 수소버스를 활성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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