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휠체어도 무료"…'복지기술' 활로 찾는 덴마크

[대한민국 나이듦]⑤
북유럽 최대 박람회 'Health & Rehab 2023' 가보니
박람회 고객은 지자체…휠체어 직접 구매해 보급
요양산업 구인난…'노인돌봄'에 '기술' 통합 노력
  • 등록 2023-07-13 오전 5:00:00

    수정 2023-07-13 오전 5:00:00

[코펜하겐(덴마크)=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판매가는 5만 크로네(약 1000만원)인데 덴마크에선 무료입니다.”

북유럽 최대 ‘복지기술’ 박람회인 ‘Health & Rehab 2023’ 전시장에 다양한 전동휠체어가 진열돼있다.(사진=이소현 기자)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지난 5월23일 개막한 북유럽 최대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 박람회인 ‘헬스 앤 리햅(Health & Rehab) 2023’ 전시장 C4구역. 올해 창립 50주년인 이동보조장치업체 이택(etac) 부스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전동휠체어가 전시돼 있었다. 리즈 데이빗슨 이택 총책임자는 “우리의 주요 고객은 지방자치단체(kommune·코뮨)”라며 “덴마크에선 모두 지자체에서 휠체어를 구매하고, 필요로 한다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볍고 성능 좋은 전동휠체어는 1000만원이 훌쩍 넘는데 장애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휠체어는 평균 5대 안팎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선 정부지원금이 48만원에 그쳐 휠체어 구매에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덴마크는 지자체에서 평생 지원해 걱정이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계 최고 복지국가인 덴마크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는 휠체어 지급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셈이다. 덴마크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율은 작년 기준 42.4%에 달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복지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다.

데이빗슨 총책임자는 “휠체어는 자세 교정과 장기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몸에 맞는 사이즈가 관건”이라며 “개별 체형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휠체어 개발은 장애인을 비롯한 거동이 힘든 노인에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보장, 사회 참여 기회를 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활보조기구업체 단리햅 관계자가 자동으로 침대 시트를 교체해주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영상=이소현 기자)
박람회엔 휠체어뿐 아니라 노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신기술도 대거 전시됐다. 특히 1981년 ‘변기 목욕 의자’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재활보조기구 개발에 집중하는 단리햅(dan-rehab)의 자동으로 침대 시트를 갈아주는 제품이 눈에 띄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수동적인 노인을 옮길 땐 그 몸무게 이상의 무게에 짓눌려 순간적인 힘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이 기계는 노인을 따로 옮기지 않고도 버튼 작동 몇 번이면 자동으로 시트를 교체할 수 있어 노인의 삶의 질 뿐 아니라 요양보호사의 업무의 질까지 높이기에 충분해 보였다.

덴마크도 ‘초고령화 시대’로 직면한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지만, 노인돌봄에 기술을 통합하는 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었다. 제이콥 한센 단리햅 대표는 “한국처럼 덴마크도 노인돌봄에 대한 수요는 커지지만, 젊은층은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전문직을 원해 요양산업에서 인력 수급이 어렵다”며 “이런 복지기술 개발은 요양보호사의 어깨와 허리를 보호하는 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고 결국, 노인돌봄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정해진 시간에 알약이 나오는 디스펜서 등 보조 생활기술을 비롯해 고급 원격 건강 솔루션 등 복지기술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 메테 키르케고르 덴마크 노인부 장관은 박람회 행사 후 이데일리와 만나 “복지기술이 복지분야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아니지만, 노인 수 증가와 직원 부족, 미래에도 같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 복지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의 하나”라며 “복지기술에 대한 노하우는 지역 간 공유가 필요하고, 노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기술’로서 잠재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메테 키르케고르(왼쪽) 덴마크 노인부 장관이 ‘Health & Rehab 2023’ 박람회에서 참가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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