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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노인돌봄은 98개 지방자치단체 ‘코뮨(kommune)’에서 담당한다. 아너센 할머니가 헬싱외르 코뮨에서 제공하는 홈케어를 받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장을 보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부터다. 차에 부딪혀 얼굴과 다리에 부상을 입은 그는 당시 하루에 네 번씩 집으로 방문하는 홈헬퍼의 도움을 받았다. 아너센 할머니는 “움직이기 어려웠을 때 집 청소도 해주고, 끼니도 챙겨주고, 약 먹고 물 마시는 것까지 도와줘서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홈케어 덕분에 아너센 할머니의 막내딸 브리타 방(60)씨는 아흔이 넘는 어머니에 대한 부양 부담은 없다고 했다. 부모부양에 자녀교육, 본인의 노후준비까지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한국의 베이비붐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방씨는 “그간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낸 세금이 돌아오는 것 같아 만족한다”며 “어머니가 더 아플 땐 하루에 4~6회씩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24시간 상주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퍼즐 맞추기가 취미인 아너센 할머니는 동네 노인정 같은 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친구들과 함께하는 빙고 게임을 즐겼는데 최근엔 사정상 못 가게 되면서 적적해했다. 방씨는 “저를 포함해 삼남매가 자주 찾아뵙긴 하지만,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외로우실까 걱정”이라며 “올 여름부턴 홈헬퍼 측에 ‘산책하기’ 서비스를 추가 신청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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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덴마크에서도 하루에 받는 홈케어가 6~8회 이상 등 광범위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라면 요양원을 찾기도 한다. 지난 5월 23일 방문한 헬싱외르에 있는 크리스티네호이 요양원은 우리나라 6인실 ‘닭장’과 같은 요양원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최연소 60세부터 최고령 97세까지, 치매나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인 62명이 거주하며, 모두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화장실이 갖춰진 1인 1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러한 독립공간 외에 식당과 카페, 야외정원 등 공유공간에선 음악회와 영화감상, 반려견과 교감활동 등으로 우울증과 외로움을 예방하는 데 힘쓴다. 이곳엔 간호사 6명, 간호조무사 10명, 요양보호사 35명 등 총 80명이 근무하는데 24시간 돌봄체계로 야간에 부족한 인력은 낙상을 방지하는 센서 등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폴 오아노 크리스티네호이 요양원장은 “덴마크 노인 중 약 5%가 요양원에서 거주하는데 주거시설이나 음식 등은 개별적으로 지불하고, 돌봄과 의료비는 모두 무료”라며 “인생의 마지막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도록 집과 같은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라에서 노후를 책임지는 복지체계 덕에 덴마크에선 우리나라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고독사’나 ‘간병살인’은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오아노 원장은 “간혹 알코올 중독자가 숨진 채 발견되는 뉴스는 나오긴 하지만,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은 소득과 관계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런 안타까운 일은 덴마크에선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행복지수 2위인 덴마크에서도 국민 80%가 행복한 평균을 위한 복지뿐 아니라 20% 소외계층의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질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인 ‘데인 에이지(Dane Age)’의 데이비드 빈센트 닐슨 컨설턴트는 “심장병 질환이 있는 노인에게 의술만 신경쓰면 50% 수준의 회복에 그치지만, 친밀한 관계까지 신경 쓰면 회복 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라며 “덴마크는 좋은 복지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비용부담이 큰 자본 중심의 복지뿐 아니라 외로움을 관리하는 정서적 관계를 강조한 사회적 복지 서비스로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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