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몽 '일대일로'…천년만에 부활하는 실크로드

中서북구 실크로드 도시 란저우시 방문기
철도·도로 물류인프라 구축..교통 중심지로 도약
獨서 출발한 포르셰 88대 란저우 거쳐 충칭으로
일대일로, 中 부채함정 이미지 해소가 관건
  • 등록 2019-07-14 오전 8:00:00

    수정 2019-07-14 오전 8:00:00

△5월 27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일대일로’ 컨퍼런스에서 루오져 란저우국제항만 관리위원회 부국장이 ‘일대일로’ 건설과 공개플랫폼 구축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란저우국제항만 홈페이지 캡처]
[간쑤성(란저우시)=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기차로는 8시간 30분 걸리는 간쑤성(甘肅省)의 성도(省都·수도도시) 란저우시(蘭州市). 우웨이(武威), 장예(張掖), 주취안(酒泉), 둔황(敦煌)을 거쳐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이어지는 비단길(실크로드)의 길목에 자리 잡은 도시다. 동서양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곳이다.

중국 문명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황하가 도시를 관통하며 이슬람 사원, 불교 사찰, 도쿄사원 등 문화 교류의 흔적을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란저우에 가면 반드시 먹고 와야 할 ‘란저우라미엔’(蘭州 拉麵) 역시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와 중국에 정착한 회족들의 음식에서 유래했다.

란저우시는 100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한번 실크로드의 관문도시로서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주궈셩 신화통신 란저우지사 부사장은 “란저우에는 한 학교에 학생이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 많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판 육·해상 실크로드)가 시작된 이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항만·고속철…소외됐던 서북부 지역, 교통 중심지로 도약

가장 대표적인 것이 란저우 국제항만(蘭州國際陸港)이다. 바다가 없는 란저우에 철도와 도로, 물류 인프라 설비를 구축한 육지항으로 2017년 완공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같은 해 시안~란저우~우루무치를 잇는 2300km 고속철 노선도 지난해 완공되면서 중국을 동서로 연결하는 대동맥이 개통됐다. 베이징에서 란저우까지 이동 시간은 16시간에서 9시간으로, 상하이에서 란저우까지 이동시간은 22시간에서 10시간으로 크게 단축됐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서북지역과 경제가 발전된 중국 동부와 중부가 연결되면서 비로소 서북 지역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기능을 복원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물자들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운송하는 허브도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등 5대 중앙아시아 국가와 중국의 교역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란저우에서 만난 한 시민은 “중앙아시아에서 나는 과일, 꿀 등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며 “교역이 활발해지며 시민들의 삶의 질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주융뱌오(朱永彪) 란저우대 일대일로연구센터 교수는 “중국 내 30여개 성을 축구팀으로 비유하자면 그동안 간쑤성은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일대일로를 통해 선발팀에 합류함으로써 다른 성과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출발한 포르셰 88대 란저우 거쳐 충칭으로

중국정부는 란저우시를 곡식과 완성차의 수입 관문도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그 시작점이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독일의 고급차량 포르셰 수입이다. 지난 4월부터 독일에서 출발한 화물 열차는 88대의 포르셰 자동차를 싣고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4개국을 지나 우루무치, 란저우, 시안을 거쳐 종착역인 서부 내륙의 거점 쓰촨성 충칭에 18일 만에 도착했다. 기존 선박 항로보다 3주나 빠르다. 향후 포르셰는 중국에 수출하는 신차의 11%를 화물열차를 통해 운송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란저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대두, 수수, 옥수수, 밀 등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앙아시아와 유럽국가로 연결되는 곡물 회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등에서 곡물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란저우시의 경제개발 구역에 세관을 설치하고 5곳에 물류 기지를 건설한다.

일대일로를 확장하기 위한 기초·정책 연구도 활발하다. 중국 정부는 대학 등에 연구자금 등을 지원해 일대일로 정책을 확장하기 위한 싱크탱크를 육성하고 있다. 2013년 실크로드 연구센터를 설립, 2017년 일대일로 연구센터로 확대·개편해 현재는 ‘일대일로 대학연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란저우 대학에 투입된 연구 자금만 1100만 위안(19억원)이 넘는다. 이 학교는 일대일로 연구센터와 함께 이탈리아·아프가니스탄 등 일대일로 위의 국가들에 대한 연구소도 만들어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연구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정책적·학술적 기반 위에 일대일로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부채함정 이미지 해소 관건…비물리적 장벽도 걷어내야

물론 갈 길도 멀다.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 추진을 공식화한 후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제 일대일로 정책은 새로운 전환점에 맞게 됐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대일로가 참여국을 경제·정치적 식민지를 만들기 위한 중국의 ‘부채함정’이라는 외부의 시각을 해소하는 것이다. 실제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몰디브, 스리랑카 등은 일대일로 사업 추진으로 인한 부채 증가를 이유로 사업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축소, 전면 취소를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번 프로그램에서 만난 중국 관계자는 “우리는 일대일로를 통해 (과거 서양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작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낙후된 지역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었던 서양국가들이 중국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발에 나서니깐 편견을 갖고 비판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프로젝트가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기 위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이같은 정책, 법제도 및 표준, 국경간 무역 규제, 대출 규제 등 비(非)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은행(WB)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의한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소득 증가는 1%에 그쳤지만 국경통과시간이 단축된다면 9% 소득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신화통신사가 함께하는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 2019’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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