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운성 ‘모자를 쓴 자화상’(1930s·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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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배경부터 보자.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럽게 꾸민 공간. 어슴푸레 잡히는 사람·치장으로 봐, 오래전 유럽의 어느 사교장이 아닐까 싶다. 무대가 있고 춤도 있던 카바레 말이다. 19세기 프랑스 살롱문화에서 기원해 유명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는 그곳.
그런데 이 전경에서 심하게 튀며 엇박자를 내는 저 인물은 어떻게 봐야 할까. 마치 음료광고 모델처럼 등장해 화면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다만 배운성(1901∼1978)이라면 달리 읽힌다. ‘한국인 최초 독일 유학생’으로, 이후엔 ‘유럽에 진출한 첫 한국인 서양화가’란 별칭이 그의 것이니.
‘모자를 쓴 자화상’(1930s)이란 타이틀이 붙은 그림은 박수무당 복장을 자처한 배운성이 서양화 도구로 한국 풍속까지 아우른 작품이다. 당시 유럽에선 드문 동양인 화가로 이름과 작품을 날렸다는 그 자부심이 하늘을, 아니 카바레 지붕을 뚫을 듯하다. 생전 털어놨던 ‘작품철학’이 새삼스럽다. “내 목표는 서양인이 그린 서양화와 동양인이 그린 서양화 간의 거리를 없애고 완전한 융화 속에서 실감을 체득하는 데 있었다.”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서 여는 ‘한국독일미술교류사: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에서 볼 수 있다. 2023년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 세기에 걸친 한국·독일의 미술교류를 100여점의 작품·아카이브로 조명한다. 캔버스에 오일. 54×45㎝.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 백남준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1958∼1962). 1959년 독일 뒤셀도르프 갤러리22에서 선뵌 백남준의 첫 퍼포먼스면서 당시의 소리를 콜라주로 녹음한 릴 테이프 오브제 작품이다. 오브제·퍼포먼스, 50×36×3㎝, 백남준아트센터 소장(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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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연 독일현대미술전에 제작한 도록 ‘현대독일미술전’(1972. 3. 1∼3. 30), 19×22㎝, 80쪽(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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