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눈 아랑곳 않는 의원 외유, 이런 게 진짜 적폐다

  • 등록 2023-07-25 오전 5:00:00

    수정 2023-07-25 오전 5:00:00

호우 피해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불요불급한 해외출장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병석·박정·윤준병·최기상 등 4명의 의원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은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하기 위해 5박 6일 일정으로 지난 23일 출국했다. 국민의힘 의원 1명도 동행하기로 했으나 지도부가 해외출장 자제령을 내리자 빠졌다고 한다. “수해 중 한가한 외유라니 가당찮다”는 비판이 일자 박병석 의원을 제외한 3명은 일정을 당겨 어제 조기 귀국했다. 박병석 의원은 초청자 측에 대한 예의를 고려해 예정된 일정을 다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수해 피해와 고통을 염두에 뒀다면 애당초 이번 해외출장을 취소하거나 적어도 일정 조정을 고려해야 했다. 하물며 박정 의원은 물 관리 및 수해 피해 지원과 복구 주무 부서인 환경부를 소관 기관으로 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니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병석 의원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외유는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면서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이 10일간 9000만원의 나랏돈으로 스페인·프랑스·독일을 다녀왔다. 목적은 유럽의 재정준칙 시행 선례를 살펴보고 국내 재정준칙 도입 입법에 참고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재정준칙 시행을 유예한 상태였고, 스페인 의회를 방문해서는 한국의 재정 상태가 부럽다는 말만 들었다. 금방이라도 재정준칙을 도입할 것처럼 법석을 떨었지만 이후 여야가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소식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들리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의원외교’라는 명분을 내걸고 해외 출장에 나서지만 실상은 세금을 축내며 외유를 즐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베트남과 라오스 출장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독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정치권은 의원 해외출장을 국민 눈높이에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준을 국회나 정당 차원에서 새롭게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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