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MZ]브레이크가 없다…2030, 가계대출 40대 앞질렀다

2030세대 가계대출 271조…1년새 20% ↑
부동산 '패닉바잉'에 주식·코인도 ‘베팅’
신용대출 4년새 2배…김총리 "다칠라" 경고
  • 등록 2021-08-05 오전 5:00:00

    수정 2021-08-05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4년 차 직장인 A(31)씨는 지난 5월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의 한 소형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샀다. 모아둔 돈 1억원에 주택담보대출(보금자리론)로 1억6000만원 빌렸다. 그래도 모자란 돈 일부는 친척들에게 ‘차용증’까지 써주고 빌리는 등 한마디로 ‘영끌’을 했다. 다행히 집주인이 집값을 일부 깎아줘 3000만원의 여윳돈을 남기게 된 A씨는 이를 상환하지 않고 전액을 코인(암호화폐)에 투자했다. A씨는 “레버리지(지렛대)를 최대한 끌어올려 어디서든 수익을 내야 빚을 빨리 갚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친구들은 집사고 주식, 코인으로 돈 버는데 나만 가만있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한강변 아파트전경


‘빚투(빚내서 투자) 열차’에 올라탄 우리시대 ‘김민지’(Korea MZ)들이 흔들리고 있다. 김민지는 2030세대들이 부르는 애칭이다. 취업·재테크 등 여러면에서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는 좌절감 속에 빚을 내 투자행렬에 뛰어든 MZ세대가 늘면서 이들이 짊어진 가계부채도 무섭게 불어나고 있다. 경고음이 연이어 울리고 있지만, 이들이 탄 빚투열차엔 가속도가 붙고 있다.

4일 이데일리가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MZ세대가 은행에서 빌린 가계대출은 6월 말 기준 총 271조원에 달한다. 1년 전 226조원보다 20% 폭증했다. 같은 기간 40대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8.8%, 50대는 5.3%였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MZ세대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일명 ‘LTE’급이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는 연 10~11%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9년 6월~2020년 6월엔 16.6%, 최근 1년 사이엔 20%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40대의 증가율은 5~8%대, 50대는 3~6%대로 급격한 변동은 없었다. 이 때문에 2017년 6월 말 50조원 차이나던 MZ세대와 40대간 가계부채액은 4년 만에 역전됐다. 50대는 이미 2년 전 넘어섰다.

MZ세대의 가계대출 급증은 주택 ‘패닉바잉’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6월 기준 이들의 주택담보대출액은 189조2000억원으로 MZ세대 전체 가계대출의 70%를 차지한다. 2018년 6월만 해도 120조원이던 주담대는 1년이 지날 때마다 12.0%, 18.9%, 18.5%로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40대, 50대의 주담대 증가율은 평균 5%를 넘지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우려를 표했다. 김 총리는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고, 자칫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로 교란된 시장에 들어오는 젊은 층에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추격매수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뒤늦게 ‘빚투’에 나선 MZ세대는 집값 급등으로 매수가 어려워지자 주식, 코인시장에 베팅했다. 금감원 통계를 보면 MZ세대의 신용대출 역시 1년 새 15조6000억원 늘어난 8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6월 45조7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2018년 6월 이후 연 증가율이 6.6%, 11.4%에 이어 23.5%까지 치솟았다. 40대, 50대의 경우 신용대출액이 각 86조6000억원, 69조6000억원으로 1년 동안 14.2%, 9.4% 증가했다.

김한정 의원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MZ세대의 부채 증가에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MZ세대의 고용 확대 등 소득 증대 대책을 추진해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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