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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1조6010억원에 영업이익은 317억원을 기록했다. 손실이던 영업익(2020년 17억원 손실)이 일 년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2019년만 해도 680억원 가까운 영업익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아직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지배구조다. 남매간의 우애를 고려한 탓일까. 아워홈 지분은 구자학 전 회장의 1남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6%를 갖고 있으며 미현(20.06%)·명진(19.60%)·지은(20.67%) 등 세 자매가 합산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남매가 사이좋게 가업을 이끌길 원했던 바람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4남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빚어질 수 있는 경영권 갈등에 대한 우려는 간과한 것이다.
아워홈 남매의 난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입사 후 사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16년 경영에 참여하면서 첫 분쟁이 발생했다. 2017년 장녀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며 구지은 대표는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2019년에는 구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씨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 건으로 다퉜다. 당시 아워홈은 캘리스코 식자재 납품을 중단하며 구지은 대표를 압박했고 캘리스코는 거래처를 경쟁사인 신세계푸드로 변경하기도 했다.
세 자매가 의기투합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미현, 명진, 지은 세 자매는 지난해 6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막내 지은씨를 대표이사 자리에 올리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2017년 분쟁 당시 오빠 편에 섰던 장녀 미현씨의 심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당시의 분석이기도 했다.
설 자리가 좁아진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보유 지분(38.6%) 전량 매각하고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남매의 난은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꺼져가던 불씨도 다시봐야 한다고 했던가. 구 전 부회장의 아워홈 보유지분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가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주주가 보유한 아워홈 지분 58.62%의 잠재 투자자들에게 매각 물건에 관한 정보를 담은 ‘티저레터’ 배포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잠잠해지나 싶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는 지분 매각 작업 개시와 함께 아워홈에 새 이사 48명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중립적 경영진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워홈 측에서 “명분 없는 경영 복귀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아워홈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다만 아직 매각 초기 단계다 보니 확대 해석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은 “복수의 원매자가 아워홈 지분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갈등 격화 일로를 겪던 아워홈은 미현씨가 임시 주총 신청을 철회했다고 알려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현씨는 지난 4일 아워홈에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없고, 주총에서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미현씨의 소집 철회로 일단 임시 주총 개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입장 변화를 두고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분 매각에 의기투합했던 구본성-미현 남매 연합전선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을 두고 결론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당초 추진하기로 했던 지분 매각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공개된 지분 매각 스케줄은 매도자 실사와 투자설명서 배부, 입찰 등을 진행하고 8월 예비입찰을 거쳐 9월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산술적으로 넉 달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빠와 동생 사이를 번갈아 섰던 장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