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리포트)중국에선 발에 차이는게 `고로!`

  • 등록 2006-05-18 오전 7:01:00

    수정 2006-05-18 오전 7:01:00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발에 차이는 게 고로네..." 최근 7박8일에 걸쳐 중국 현지의 11개 철강업체를 돌아본 한국기업평가 철강담당 애널리스트 정상훈 수석연구원은 탐방기간중 이 말을 수차례나 되뇌여야 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를 통해 5월 17일 오전 11시 54분에 이미 게재됐습니다)

한국에서는 포스코만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고로. 그 고로를 11개 업체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 갖고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조업 및 원가경쟁력이 탁월한 고로가 판재류 메이커 뿐만 아니라 봉형강, 선재 메이커에서도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고로와 관련한 오랜 조업경험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상당한 고급기술을 요하는 고로관련 축로설계 등 엔지니어링 능력도 외국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로 고도로 발전했음을 확인하고는 중국 철강업계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포스코가 FINEX 공정의 상용화를 통해 원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Technology leader`를 자임하고 있지만 포스코를 제외하고는 고로 관련 엔지니어링 설계능력 뿐만 아니라 조업 경험이 전무한 상황.

정 수석은 "중국 메이커들이 이제 막 시작된 자국내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된 본연의 능력을 찾을때까지 국내 업체들은 조업경험이든 아니면 다른 수단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다.



◇ 양자강은 신의 축복.."트레일러가 필요없네"

양자강은 중국 철강산업에 있어 신의 축복이었다. 과거 일본 점령기에 설립돼 오랜 전통과 조업경험을 자랑하는 중국 북동부를 제치고, 양자강 하류의 남서부 지역이 새로운 중국 철강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것은 바로 양자강이란 천혜의 입지 조건 때문이었다.

정 수석이 사강집단유한공사와 바오산을 방문했을 때, 그야말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산맥`과도 같은 원재료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막상 이를 실어 나르는 대형 덤프트럭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강 건너편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양자강의 수면은 그저 찰랑대는 수준이었고, 수심은 십여미터에 달해 대형선박이 마음대로 드나들며 그 업체의 전용부두에 정박해 쉽게 하역작업이 가능했다. 후가공업체인 장가항포항불수강과 유니온스틸을 방문했을 때,중국 또는 한국에서 조달한 원재료를 바지선에 수십개씩 실어 전용부두에 접안한 뒤, 크레인이 약 100여미터 떨어진 조업현장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옮기고 있었다.

정 수석은 "이런 점들이 쇼킹하게 와 닿았다"며 "국내 같으면 원재료인 HR과 제품인 CR을 출하하기 위해 사업장내 대형 트레일러가 즐비하고 트레일러당 적재용량 제한으로 기껏해야 1~2개 코일을 싣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중국의 철강산업은 북동부 지역이 쇠퇴하고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인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게 정수석이 직접 보고 난 후의 판단이다.

북동부 철강메이커들이 내륙에 위치해 있어 물동량 처리 여건이 불리하고, 설비 노후화로 환경규제에도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한계가 있지만, 외국계자동차 메이커들이 북동부에 위치해 있는 등 동북 3성내 지역수요와 군사적 필요성이 적지 않다는 것. 정 수석은 "비록 M&A에 의한 `주인 뒤바꿈`이 있을지언정 남서부와 북동부 지역간 흡수합병에 따른 생산능력 감축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향후 중국내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은 양자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관련 업체간 치열한 구조조정이 주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그 많은 노동자는 다 어디로 가고..`기대이상`의 자동화설비에 또 놀라다

다양한 업체와 인터뷰하면서 정 수석이 느낀 점은 "노동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중한 인력 부담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단점 아닌 단점`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같은 판단의 근거는 두가지. 우선, 조업현장에 들어가면 실제 인력이 국내 업체와 별반 차이가 없었고, 연령대는 오히려 더 젊었다. 또 최근 신설된 단위사업장이나 외국계와의 합작사업장의 경우, 국내와 버금가는 최적 수준의 조업인력을 운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노동자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실마리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찾아졌다. 중국 철강메이커에게는 협력업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고, 협력업체가 담당하는 비조업 영역은 자동화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국내같으면 포크레인이나 레미콘이 투입되는 것이 당연한 공장외벽 축조나 도로 가설 등을 중국에서는 남서부에서나 북동부에서나 모두 사람이 하고 있었다. 약 100~200m 담벼락 축조하는데, 1m에 1명 내외로 200명 이상이 투입됐고, 공장내 도로 신설을 삽 한자루 들고 해결하려는 것이 중국이었다.

정 수석은 "과거 사회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고용된 인력 상당 부분은 향후 10년내 자연 감소할 전망"이라며 "일부 기업에서 시작하고 있는 구조조정 등이 활발해질 경우 소요시간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5~10배 인력이 많으니 자동화 수준이 낮을 것이란 기대는 착각이었다. 정 수석의 눈에는 국내 업체대비 대등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의 수준으로 보였다.

남서부에서 북동부에 이르는 주요 메이커마다 고로설비에 대해서는 자체 설계에 기반한 고유의 설비가 가동 중이었다. 후공정에 대해서는 `SMS`, `MITSUBISHI`, `DEMAG`, `VOEST ALPINE` 등 유명한 유럽 및 일본계 기계제작사로부터 다양한 설비가 도입돼 있었다. 대부분의 공정 및 관련설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평균 이상의 우수한 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또 하나가 있었다. 바로 거리를 질주하는 `Made in China` 자동차였다. 흔하게 눈에 띄는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Accord) 등이 중국내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자동차용 강판이 사용되는 차체 외판은 이차가 `Made in China`인지 `Made in Germany`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고 정 수석은 전했다. 관련설비나 조업기술의 높은 난이도 때문에 `철강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동차용 강판산업과 주물산업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중국 철강산업은 `이제 막 깨어난 호랑이`.."제리의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철강업계의 경쟁전선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전 시장에서 무차별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고로를 보유한 대형 제철사들은 거의 모든 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Full line-up 메이커를 지향하고 있어 전면전이 불가피했다. 이긴 자는 전 강재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갖추게 될 터였고, 중소형 메이커들은 살아남기 위해 특화전략을 통한 Niche market 발굴이 불가피해 보였다.

고로메이커는 판재류를, 전기로 메이커는 봉형강재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그외 강관류 등은 전문메이커가 따로 존재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강재별로 영역을 달리하고 있는 국내 사정과 판이했다.

실제로 중국 남서부지역 업체에게서는 `합리화`, `구조조정`, `Niche market` 말을 공공연하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 수석은 "사강집단 유한공사와 보산강철 등 대형메이커를 방문했을 때는 시장재편을 통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며 "강서응룡파이프 유한공사 등 중소형 또는 전문메이커를 인터뷰했을 때는 대형 메이커 중심의 전 강종에 걸친 무차별한 시장참여에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었고, 탈출 대안으로 ‘Niche’라는 관점에서 시장과 제품을 발굴하려는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강집단유한공사를 방문했을 때, 정 수석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문 근처에 커다랗게 걸려 있는 걸개모양의 항공모함 그림이었다. 철강회사 정문에 웬 항공모함?

정 수석은 그 항공모함 그림에서 뚜렷해진 그들의 목표의식을 보았다고 했다.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을 중국 조선사가 만들고, 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철강재를 중국 철강사가 만들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미국을 앞서자는 목표의식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 수석은 "지금 한국의 철강산업은 지금까지 잠을 자다 이제 막 깨어나 하품하고 있는 호랑이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국 철강산업이 호랑이의 먹이가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정 수석은 "제리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치 만화영화 `톰과 제리`처럼 양쪽이 치열하게 다투지만 서로의 필요에 따라 공생하거나 즐길 수도 있는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놀라움과 충격으로 채워진 중국 철강산업에 대한 탐방보고서는 "`호랑이` 중국 앞에서 일본보다는 한국이 `제리`가 되길 기원한다"는 바램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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