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도 헐떡"...숨진 여고생, 어떻게 매봉산 넘어갔나 [그해 오늘]

  • 등록 2024-07-06 오전 12:03:00

    수정 2024-07-06 오전 12:03: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6년 전 오늘, 2018년 7월 6일 전남 강진경찰서는 실종 8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여고생 A(당시 16)양이 아빠 친구 김모(당시 51) 씨에 의해 살해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A양은 그해 6월 16일 오후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는 아빠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친구에게 SNS 메시지를 남긴 뒤 실종됐다.

실종 1주일 전 학교 근처에서 우연히 김 씨를 만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은 A양은 실종 전날 친구에게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신고해달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A양 어머니는 딸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행방을 수소문하다 김 씨를 찾았고, 김 씨는 현관문을 두드리는 어머니를 피해 뒷문으로 달아났다가 다음 날인 17일 오전 집 근처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를 용의자로 보고 A양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지점이자 김 씨가 A양 실종 당일 다녀간 도암면 매봉산 일대를 수색했다. 안타깝게도 수색 8일 만인 같은 해 6월 24일 매봉산 정상 뒤편 7~8부 능선에서 A양 시신이 부패된 채 발견됐다.

김 씨가 숨지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 김 씨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낫과 그의 집에 있던 이발기에서 A양 DNA가 나왔다.

사건 당일 그가 집에 돌아와 불에 태운 물건들도 A양 옷가지와 손가방으로 확인됐다.

A양의 몸에선 김 씨가 범행 이틀 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러한 수사 결과를 토대로 김 씨를 피의자로 지목했지만, A양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어떻게 살해됐는지 밝힐 길이 요원했다. 더구나 범행 동기와 과정을 자백할 김 씨도 영원히 사라졌다.

특히 A양이 시신으로 발견된 매봉산 정상 너머까지 어떻게 갔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이 산에는 과거 김 씨 부모 묫자리가 있었는데, 경찰은 김 씨가 묘를 이장한 후에도 가끔 마을을 찾아 지리를 잘 아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A양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김 씨가 승용차를 주차한 농로에서 험준한 산세를 타고 3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곳으로, 몸무게 70㎏의 A양을 혼자 들고 이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봤다.

또 살해 뒤 시신 운반을 도와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작게 판단했다. 김 씨의 동선에 제3의 인물을 만났거나 접촉한 정황 등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을 지낸 백기종 공인탐정연구원장은 당시 YTN 라디오에서 “제가 직접 현장에 올라갔는데 50m 정도는 단순한 거리인데 100m 가까이 가면서 70~80도의 급경사가 나타난다. 저도 운동을 좀 많이 하는 사람임에도 숨이 헐떡거리는 급경사”라고 말했다.

이어 “산자락 아래에서 살해를 하고 이동은 절대 안 된다. 2명도 안 된다. 성인이 혼자 올라가도 헐떡거리는데 더군다나 70㎏의 무게를 이동하긴 어렵다”며 유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김 씨의 유년시절부터의 행적 및 성향을 조사하고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쳤지만 정확한 범행 시점과 장소, 수법, 동기는 특정하지 못했다.

수사 과정 중 시신 발견 지점이 김 씨 부모의 묫자리와 가깝고 김 씨가 부근에 주차한 사실까지 확인했음에도 실종 8일이 지나서야 시신을 발견하는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또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간부가 A양을 찾겠다며 A양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는 등 주술적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시대착오적이라는 빈축을 샀다.

결국 경찰은 김 씨가 성적인 목적으로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뒤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 3개월여 만인 2018년 8월 19일 수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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