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재정개혁,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 등록 2022-03-11 오전 6:15:00

    수정 2022-03-11 오전 6:15: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끝났다. 하지만 진짜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든 정치적 이벤트는 숙제를 남긴다.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 역시 큰 숙제들을 남겼다. 남겨진 숙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인 숙제는 재정 문제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사진=방인권 기자)


재정을 최우선 숙제로 거론한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재정의 미래가 암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이변이 없는 한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이유는 인구고령화 때문이다. 인구고령화는 재정수지를 급격히 악화시킨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사회복지비 지출 증가를 가져오는 한편으로 경제의 성장능력을 떨어뜨려 조세 수입을 감소시키는 이중적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고령화는 재정 건전성에는 최악의 환경 조건이다.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지금의 복지체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복지비 지출은 급격히 늘 수밖에 없고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그에 상응해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계속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혹자는 무지하거나 아니면 정치적 이유로 이런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일어나지 않을 비현실적 걱정이 아니라 발생 가능성이 아주 높은 지극히 현실적인 예측이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이 그랬다. 일본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1990년대 이후 20년 동안 국가부채비율이 60% 수준에서 200% 수준으로 수직 상승했다. 고령화로 한편으로는 사회복지비 지출이 급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성장과 디플레에 시달리며 조세 수입이 감소한 결과다.

이런 일본의 고령화 과정이 한국에서는 더 짧은 기간 동안에 더 밀도 있게 진행될 것이다. 지금의 고령화 정도로도 이미 한국의 사회복지비 지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복지비 지출은 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고령화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고 장래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를 반영해 국내외 전망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계속 낮추고 있다. 일본처럼 디플레경제가 되어 세수가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복지비는 급격히 느는데 조세 수입은 줄어들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순식간에 불어날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재정 문제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태평성대다. 국내총생산 대비 50% 수준인 국가부채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데 무슨 문제냐는 생각이 여전히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재정을 너무 아낀다고 나무라기까지 한다.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한국보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나라는 없다.

이제라도 재정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문재인 정부의 재정팽창 철학에 젖어 방만해진 재정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라는 복병을 만나 재정지출 규모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 여기에 대선의 와중에 난무한 공약들을 감당하려면 앞으로도 급격한 재정 팽창은 피할 길이 없다. 실제 그런 상황이 오면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다. 일단 팽창한 재정은 뒤로 되돌리기가 몹시 어렵기 때문에 재정정책 실패는 부동산정책 실패나 원전정책 실패보다 훨씬 더 무섭다.

그래서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숙제는 재정의 그림을 새롭게 그리는 것이다. 새로운 그림은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과도한 재정 팽창을 억제함으로써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분야별 재정 배분과 정책목표의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비중을 늘릴 부분은 늘리고 줄일 부분은 줄이며 분야별로 정책 목표도 바꿔야 한다. 인구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노인복지, 교육, 고용노동, 공적연금 등의 분야가 재편의 주요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재정개혁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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