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아 따스한 동남아로 가족 단위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사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외교부는 필리핀 정부의 안내사항을 인용, 4주 이상 체류 또는 관광하는 모든 방문자에게 도착 4주 전 불활성폴리오백신(Inactivated Polio Vaccine, IPV) 예방접종을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미리 접종을 하지 못했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접종한 뒤 입국해달라는 게 필리핀 정부의 요구사항이다. 일본 정부도 예방접종 권고안을 내놓는 등 예방과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의무적으로 백신을 사전 접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거부하면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
국내 여행객 선호도 최상위권 관광지인 세부·보라카이 등이 있는 필리핀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미얀마, 중국 등이 폴리오 바이러스 감염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만큼 해외 출국을 고려 중이라면 ‘여행자 백신(Traveler‘s vaccine)’ 차원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폴리오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으로 우려되는 공중보건 상의 문제”라며 “올해 들어 야생형 폴리오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번 유행은 파키스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알려졌다.
폴리오 바이러스 감염은 성인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스쳐지나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선 회색질 척수염 또는 수막염이 발생한다. 심하면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마비성 회색질 척수염이 발생해 영구적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 때 호흡근 마비가 동반되면 사망한다. 영유아에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고 영구적 보행장애가 뒤따라는데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접종이 최선의 방어책이다.
소아마비 치료는 신경 증상에 대한 보존치료를 시행하고 증상이 호전된 뒤에는 마비로 회복되지 않은 부위에 재활치료를 하는 게 거의 전부다. 급성 소아마비에서 회복돼도 일부는 15~50년간 근육통증, 허약함, 근육퇴화 등을 겪는 폴리오증후군(post-polio syndrome)을 겪는다.
국내에선 1960년대 감염자 수가 연간 6000명을 상회하다가 1983년 마지막 환자 발생 이후 감염환자는 없었다. WHO는 백신 보급 등으로 감염자 수가 줄면서 2000년 10월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 37개국에서 폴리오 박멸을 선언했으나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유행 위기에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