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날리는 50대, 턴테이블 돌리는 10대…"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를 초월하는 ‘에이지리스 쇼핑 트렌드’ 확산
피규어 모으고 최신 IT 기기 수집하는 중장년층
젊은층은 복고·뉴트로 감성에 열광
  • 등록 2020-01-28 오전 6:30:00

    수정 2020-01-28 오전 6:30:0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40대 후반 회사원이자 주부인 김모 씨는 최근 생일 선물로 약 50만원에 달하는 ‘아이언맨 피규어’를 받았다. 평소 작은 장식품이나 피규어 등 수집을 취미로 하던 김 씨는 본격적인 수집을 위해 따로 유리 장식장을 구매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김 씨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취미나 관심 분야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에이지리스’(Ageless) 고객이 늘면서 관련 업계에서도 마니아층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 에이지리스 편집숍 ‘코너스’. (사진=현대백화점)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나이를 초월해 자신만의 기준으로 쇼핑하는 에이지리스 성향이 2020년 새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지리스 쇼핑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40~50대 중장년층이다. 헬리캠이나 드론 등 102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최신 IT 기기를 구매하고 취미활동으로는 스케이트보드·서핑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대로 20~30대 젊은 층은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와 더불어 ‘레트로’(복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 타고, 드론 날리는 중장년층 늘어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은 지난해 연령별 대표 선호 상품군의 판매 증감률을 3년 전과 비교한 자료를 발표했다. 10대부터 30대를 젊은층, 40대부터 60대를 중장년층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중장년층은 IT 기기 및 각종 취미용품을, 젊은 층은 뉴트로와 관련한 제품 소비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소비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작동에 어느 정도 전문지식을 요하는 IT·디지털기기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노트북은 82%,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33% 증가했다. 특히 헬리캠이나 드론은 무려 2배를 훌쩍 넘어 선 155% 신장세를 보였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하는 중장년층 역시 165%나 급증했다. 또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영상촬영용품의 구매량은 81%, 게임용품은 70% 늘어났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체력이나 민첩함을 요하는 스포츠에도 연령 경계가 사라져 서핑보드를 찾는 중장년층이 3년 전 대비 41%, 전동 킥보드는 528%, MTB 자전거는 153% 각각 증가했다. 패션도 미니스커트(126%), 스키니(59%), 가죽 부츠(81%) 등에 대한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

반대로 젊은 층은 화폐·주화·우표 등 수집용품 구매량이 3년 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턴테이블(61%)과 오디오·라디오(25%) 수요도 증가했다. 의류 부문에서는 한복 소비량이 늘었다. 캐주얼 한복 판매가 19% 증가했다. 먹거리에서는 한과·전통과자(50%), 차·전통음료(40%), 떡(13%) 등과 같은 음식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정엽 G마켓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변의 시선이나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쇼핑에도 반영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새로운 문화에 거리낌이 없는 기성세대들과 과거의 문화를 새롭게 재해석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이러한 크로스 문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지투웨니스 ‘시그니처 에센스 커버 팩트’. (사진=애경산업)
백화점 층간 연령층 허물고, ‘모녀 화장품’ 인기

에이지리스 소비 트렌드의 확산은 유통 업체들과 화장품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숙녀복·영캐주얼 등 층마다 연령대 의류를 따로 배치해두던 백화점은 최근 전 연령을 타깃으로 한 편집숍을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코너스’, 롯데백화점 ‘엘리든’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 목동점을 시작으로 에이지리스 편집숍 코너스를 선보였다. 11월에는 판교점에 문을 열었고, 올해 3월 신촌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코너스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 고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콘셉트로 △에이지리스 캐주얼 브랜드 ‘리플레인’ △컨템포러리 핸드백 브랜드 ‘코이무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로브젝트’ 등의 패션·잡화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입점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수입 의류 편집숍 엘리든을 운영하고 있다. 직수입 브랜드를 편집매장 형태로 선보이며 △엘리든 플레이(영 컨템포러리) △엘리든 스튜디오(여성 컨템포러리) △엘리든 맨(남성) 등으로 카테고리(상품군)를 구분했다. 지난해에는 자체브랜드(PB)인 ‘엘리든 컬렉션’도 론칭했다.

화장품 부문에서도 ‘20대 전용 아이크림’, ‘모녀가 같이 쓰는 쿠션 팩트’ 등의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대부터 눈가주름, 눈 밑 주름 등 잔주름 관리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아이크림이 전 연령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크림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AHC의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는 ‘모녀템’으로 불릴 정도로 연령대 구분 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2012년 첫 출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아이크림 포 페이스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8500만 개에 달한다.

‘모녀 쿠션 팩트’로 유명한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AGE 20’s) 브랜드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매출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2013년 9월 출시 후 홈쇼핑 누적판매액(지난해 10월 기준) 6000억원, 판매수량 840만 세트를 기록했다. 애경산업이 최근 론칭한 눈가 케어 전문 화장품 브랜드 ‘아이솔브’의 경우에도 20~30대부터 눈가 주름을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제품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딸과 엄마가 함께 쓸 수 있을 만큼 나이나 세대에 구분 없이 효과적인 에이지리스 제품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면서 “특히 중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던 주름 케어 라인들은 최근 젊은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 출시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AHC의 ‘아이크림 포 페이스’ 시리즈. (사진=A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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