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에 헤이리 테마파크 한 점 사시겠습니까"

4일 서울옥션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서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딸기가 좋아' 출품
조민석 등 설계로 테마파크·수장고 구성
여성화가5인·박제가 그림 등 120억원어치
  • 등록 2019-09-02 오전 12:45:00

    수정 2019-09-02 오전 1:10:07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잡은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의 야간 전경. 서울옥션 메이저경매에서 처음 거래하는 건축물로, 4일 여는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40억∼60억원에 출품됐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술품 경매’가 커버할 수 있는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때 아닌 테마파크의 등장이 그 대답을 더 궁하게 만든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 돌연 출품한 건축물.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잡은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가 그 주인공이다.

편하게 ‘딸기테마파크’로 불려온 이 건축물(연면적 2480.33㎡·약 750평)은 문화공간 ‘딸기가 좋아’와 전시장이자 수장고로 쓰는 ‘미술창고’로 구성돼 있다. 경매에 나선 출품작은 지상 2층 규모의 테마파크와 지상 3층 규모의 미술창고. 여기에 2003년 설치한 작가 최정화·이완·임옥상 등의 공공미술작품도 ‘패키지’로 따라붙는다. 추정가는 40억∼60억원. ‘딸기가 좋아’를 경매에 붙일 서울옥션은 “예술적인 가치를 평가해 경매에 선보이게 됐다”고 말한다. 실제 ‘딸기테마파크’는 2003년 미국 P/A(Progressive Architecture) 건축상을 수상했고, 200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 초대받기도 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잡은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의 전경. 4일 여는 서울옥션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하는 건축물은 지상 2층 규모의 문화공간 ‘딸기가 좋아’와 전시장이자 수장고로 쓰는 지상 3층 규모의 ‘미술창고’로 구성돼 있다(사진=서울옥션).


그간 서울옥션이 온라인이 아닌 메이저경매에 붙인 ‘특별한 예술품’으로 ‘BMW 자동차’가 있었다. 2017년 6월 ‘제144회 미술품 경매’에서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은 ‘BMW 뉴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과 ‘BMW 뉴 M760Li xDrive’가 그것. ‘뉴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은 독일 바이에른주 딩골핑공장에서 1000만번째로 생산한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자동차’로, ‘뉴 M760Li xDrive’는 BMW의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미술품 경매시장의 영역을 확장한 자동차 경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뉴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은 7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으나, ‘뉴 M760Li xDrive’는 시작가 1억 9500만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유찰됐다.

4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하는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는 ‘딸기테마파크’를 앞세워 조선시대 고미술품부터 근현대 회화·조각·설치까지 총 127점을 내놓는다. 전부 120억원 규모다. 이번 서울옥션 경매는 올해 상반기 부진한 거래성적표를 받은 이후 하반기 첫 경매로도 이목을 끈다. 올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은 약 826억원(825억 7760만원). 이는 지난해 상반기 약 1030억원보다 204억원(19.8%)이 줄어든 액수로, 그간 상반기 통계만 놓고 볼 때 3년 전보다도 뒤처진 결과다. 2015년 627억원, 2016년 964억원, 2017년 989억원, 2018년 1030억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던 터. 그중 서울옥션의 거래액은 약 445억원(시장점유율 54%)으로 지난해 618억원(60%)보다 173억원이 줄어든 상태다.

△천경자·방혜자 등 한국 여성화가 5인5색

이번 경매에서 눈여겨볼 것은 ‘한국의 여성화가’. 대표격인 천경자(1924∼2015)를 앞세워 이성자(1918∼2009)·방혜자(82)·최욱경(1940∼1985)·이숙자(77) 등이 한꺼번에 나선다. 1960년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천경자의 ‘꽃과 여인’은 꽃과 나비, 여인 등 사실적인 표현이 푸른 바탕에 섞여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렬한 작품으로, 추정가 3억∼4억원을 달았다. 방혜자의 ‘빛의 춤’(연도미상)은 반세기 동안 그이가 그려온 빛을 내면에서 내뿜는 빛과 한 공간에 담아낸 작품으로 추정가 3500만∼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외에 이성자의 초기작 ‘무제’(1957·4000만∼6000만원), 최욱경의 ‘무제’(연도미상·1800만∼3000만원), 이숙자의 ‘리시안샤스 이브’(2011·2500만∼4000만원) 등이 출품했다.

천경자의 ‘꽃과 여인’(1960년대). 꽃과 나비, 여인 등 사실적인 표현이 푸른 바탕에 섞여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렬한 작품이다. 4일 여는 서울옥션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억∼4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블루칩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도 빠지지 않았다. 1950년대 반구상 회화 두 점이다. 그중 ‘산’(1955∼1956)은 1955년 서울서 제작해 이듬해 파리에서 완성한 작품. 레이어인 양 여러 개의 화상을 겹쳐 산과 달, 구름을 도식화했다. 바다색 배경에 검은색 굵은 선으로 산의 윤곽을 만들고 그 안에 빨강·파랑·노랑 등 강렬한 원색으로 면을 채웠다. 추정가는 14억∼20억원이다. 또 다른 ‘백자와 꽃’(1949)은 1950년대 김환기 정물화의 전형으로 꼽힌다. 어두운 밤 두루뭉술한 산봉우리에 걸린 달을 방안에 놓인 달항아리와 일체화한 조형성·서정성이 도드라진다. 추정가 8억∼12억원.

김환기의 ‘백자와 꽃’(1949). 1950년대 김환기 정물화의 전형으로 꼽힌다. 어두운 밤 두루뭉술한 산봉우리에 걸린 달을 방안에 놓인 달항아리와 일체화한 조형성·서정성이 도드라진다. 4일 여는 서울옥션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8억∼12억원에 나선다(사진=서울옥션).


고미술품 중에선 ‘신축진찬도’(1901)가 특별하다. 조선 제24대 왕 헌종의 계비인 효정왕후(1831∼1904)의 일흔한 번째 생일잔치를 그린 10폭 병풍이다. 고종 50세 축하연도 겸한 이때의 풍경을 시간대별로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 대사령(경사일에 죄수의 형벌을 면제)을 반포하는 장면, 효정왕후 생일잔치의 시작과 그날 밤의 잔치, 다음날 고종이 다시 잔치를 베풀고, 이후 황태자가 주최하는 잔치 등으로 짜였다. 조선 화공이 그린 왕실기록화로 가치를 높인 작품의 추정가는 공개하지 않았고, 시작가 12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실학자 박제가(1750∼1805)가 그린 ‘목동취적도’(1793년 이전)도 있다. 박제가는 소 뒷등에 올라타 피리 부는 목동을, 양반가의 서자로 척박한 세상을 견딘 자신에 은유했다고 전해진다. 추정가는 5000만∼2억원. 1930년대 일제강점기 유명 수장가던 한상억(1898∼1949)의 소장품으로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 나왔던 이력이 독특하다. 이후 줄곧 도판으로만 전해졌으며, 실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시대 10폭 병풍 ‘신축진찬도’(1901). 헌종의 계비인 효정왕후(1831∼1904)의 일흔한 번째 생일잔치를 그렸다. 왕실기록화로 시간대별로 달라진 잔치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 4일 여는 서울옥션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선 추정가를 공개하지 않았고, 시작가 12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사진=서울옥션).


△메이저경매엔 처음 나온 건축물

독창적인 설계가 아기자기한 구성을 품은 건축물은 이번 경매에서 단연 화제다. ‘딸기테마파크’가 헤이리 예술마을 초입에 정식 개관한 것은 2004년. 이후 다시 조명을 받은 건 2014년이다. 그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53·매스스터디스 대표)이 ‘딸기테마파크’의 공동설계자였던 거다. 조민석과 함께 작업한 이들은 서울 인사동 쌈지길을 설계한 최문규(58·연대 건축공학과 교수, 기아건축사무소 설립), 조민석과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동문이자 동료였던 제임스 슬레이드(슬레이드아키텍처 대표)였다.

4일 서울옥션 ‘제153회 미술품 경매’를 앞두고 서울옥션 강남센터에 전시한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의 모형. 서울옥션은 “건축물이 가진 독창성과 예술적인 가치를 평가해 경매에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예술성과는 별개로 문화공간 ‘딸기가 좋아’는 개관 직후부터 가족 관람객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건축주였던 천호균 쌈지 대표의 쌈지가 2010년 부도 처리되고 2014년 캐릭터 ‘딸기’까지 매각하며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는 천씨의 아내 정금자씨와 아들 천재용씨가 대표로 있는 어린농부가 영업 중.

‘딸기테마파크’는 서울옥션이 메이저경매에서 건축물을 거래하는 첫 시도다. 두 차례 비공개 프라이빗 세일로 건축물을 선보인 적은 있다. 하나는 2011년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서울 가회동 옛 한국미술관 건물(추정가 300억원)이고, 다른 하나는 2013년 미국 건축가 스티븐 홀이 디자인한 성북동 주택이다. 당시 성북동 주택은 새 주인을 만났으나 가회동 미술관은 최종 유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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