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첫번째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촉발된 폴더블폰 한·중전 1라운드의 승자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기술력에서의 우위는 물론 중국 내수 판매에 그친 ‘메이트X’와 달리 ‘갤럭시폴드’는 60여개국에 출시돼 호응을 받았다. 이후 삼성이 주도권을 잡은 폴더블폰 시장에 중국 제조사들이 대거 참전한다. 낮은 가격과 큰 화면 등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정조준하고 있는 도전이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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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100만원대 폴더블폰 선보이자 삼성 출고가 인하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이동통신3사는 갤럭시Z폴드2 5G 모델의 출고가를 기존 239만8000원에서 189만2000원으로 내렸다. 지난해 9월 갤럭시Z폴드2가 출시된지 약 7개월만에 출고가 인하는 처음이다.
이번 출고가 인하로 200만원대 중반에 가깝던 갤럭시Z폴드2의 가격은100만원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이는 샤오미가 지난 30일(현지시간) 공개한 폴더블폰 ‘미믹스 폴드’(173만원부터)와 비슷한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월에는 갤럭시Z플립 5G 모델의 출고가를 기존 165만원에서 134만9700원으로 낮춰잡았다. 지난해에는 2차레에 걸친 출고가 인하로 갤럭시Z플립 LTE 모델 가격을 165만원에서 118만8000원으로 떨어뜨렸다.
샤오미는 지난해부터 소문만 무성하던 첫번째 폴더블폰을 대중에 공개했으며, 오포는 이르면 이달 중 첫번째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조사는 폴더블폰에서도 1등을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라 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채택했다.
샤오미의 미믹스 폴드는 물론이고 오포의 폴더블폰 예상 이미지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폴더블폰과 대동소이하다. 화웨이가 지난 2월 출시한 세번째 폴더블폰 ‘메이트X2’도 갤럭시Z폴드2와 판박이였다.
삼성전자는 중국 제조사들의 이같은 ‘카피캣’ 전략에 기존 출시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한편, 앞선 기술력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국내외에서 폴더블폰을 직접 써보고 구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폴더블폰에 느끼는 대표적인 진입장벽인 높은 가격과 새로운 기기형태(폼팩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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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폴더블폰 시장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폴더블폰은 아직 초기 시장으로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0.2%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익성과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은 280만대 규모다. 올해는 2배인 560만대 내년엔 1700만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세는 높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14억~15억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규모다.
다만, 폴더블폰은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 수익성이 높고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만성적인 부진에 빠져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교체 수요를 창출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가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폴더블폰 시장이 삼성전자 독주체제였다면 올해는 삼성의 고객 수요 확대를 통한 대중화 전략과 중화권 제조사 진입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에 이어 내년에 애플까지 폴더블폰을 내놓는다면 전체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폴더블폰 경쟁에 참전하기 전에 가능한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갤럭시Z플립, 갤럭시Z폴드 후속작과 보급형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 라이트(가칭)’ 등 신제품 3종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