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속 일본증시만 2% 오른 이유는?

亞증시 일제 하락했지만 닛케이 지수 나홀로 상승
시장 관계자들도 "이례적 현상"
SBG 자사주 매입·엔저 현상·일본은행 ETF 매입 등 꼽혀
"실물경제 괴리…주식시장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 등록 2020-03-23 오후 6:03:21

    수정 2020-03-23 오후 6:19:02

△13일 도쿄 증권거래소 앞 현황판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또’ 다시 블랙 먼데이가 왔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2조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미국 의회를 넘지 못하면서 아시아 증시가 너나 할 것이 없이 급락했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장은 23일 5% 넘게 급락해 1500선이 또다시 무너졌다. 상하이종합지수도 3.11% 하락해 1년 1개월 이래 최저치였고, 심천종합지수 역시 4%대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인도시장은 무려 9% 넘게 빠졌다.

이 와중에도 눈길을 끌었던 증시가 하나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이날 닛케이225 종합평균은 전장 대비 334포인트(2.02%) 오른 1만 6887.79로 마감했다. 3일 만에 반등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이날 일본 증시에 대해 “이외의 가격 흐름”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이날 반등세는 의외의 것이었다.

간밤 미국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 선물이 1만 5000대 초반까지 하락하는 등 대규모 폭락이 예고돼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 선물이 5% 이상 하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 역시 부담이었다.

일본의 자체적인 악재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7월 개최가 물 건너 간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처음으로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만약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취소되면 일본은 7조 8000억엔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다양한 악재를 뚫고 이날 닛케이 지수는 상승 출발, 한때는 상승폭이 400포인트를 넘어서며 1만 7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장 중 하락세로 전환할 때도 있었지만 금세 상승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아시아 증시와 달리 일본 증시는 지난 20일 상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전날 뉴욕증시가 2만선을 회복하고 유가가 소폭 상승하면서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특히 한국 코스피지수는 미국과 통화스왑 이슈까지 맞물려 7.44% 오른 1566.15에 마감했다.

반면 일본 증시는 춘분의 날을 맞아 휴장했다.

이날 주말 사이 나온 악재에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20일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던 만큼, 일본 증시는 반납할 상승세가 없어 하락 압력 역시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다.

이날 SBG는 자기주식 취득과 부채 삭감을 목표로 4조 5000억엔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알리바바나 일본 통신회사 소프트뱅크 등이 매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이날 SBG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최대 2조엔”이라고 추산했다.

비전펀드 등으로 투자회사로 유명한 SBG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27조엔을 넘어섰다. SBG의 시가총액 6조엔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에 비해 주가는 저평가돼있는 셈이다. 부채 규모가 줄어들면서 회사의 신용평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SBG의 발표는 시장의 호응을 얻어 이날 SBG주가는 상한 제한폭인 19%(500엔)까지 올라 3187엔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 따르면 이날 SBG의 주가 상승만 해도 닛케이 지수를 100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SBG의 부채 상환은 일본 회사채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입경영에 소극적인 일본 기업 중에서 SBG는 이례적으로 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었다. 일본 회사채 시장의 60%가 SBG일 정도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회사채 시장도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차입자인 SBG의 부채 상환은 얼어붙은 일본 회사채 시장에 돈이 돌게 해 금융시장에 안도감을 부여한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는 일본 경제가 가장 우려했던 엔고(円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 역시 그나마 시장을 진정시키고 있다.

통상 경기 하락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일어나면 ‘안전통화’인 엔화 매수세가 커지면서 엔고 현상이 진행된다.

경기가 악화하는데 통화 가치까지 상승하면서 수출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현상은 일본 경제에 항상 이중고를 안겨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한때 달러·엔 환율이 지난 9일 101엔까지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그러나 시장의 극단적인 달러 선호 현상에 이번에는 달러 강세·엔화 약세 현상이 일어나며 달러·엔 환율은 110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이유를 차치하고 무엇보다 시장 관계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일본은행(BOJ)의 역할이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ETF 매입 규모를 연간 6조엔에서 12조엔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후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ETF 매입은 확인되고 있다.

통상 오전 토픽스 금리가 전일 대비 0.5%포인트 하락하면 오후 그만큼 일본은행이 매입한다는 것이 시장관계자가 인지하고 있는 법칙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일 1014억엔이었던 일본은행의 ETF 일일 매입규모는 17일 1216억엔, 19일 2016억엔으로 늘어났다. 특히 19일에는 오전 중 토픽스가 약 1.5% 상승했음에도 대규모 자금이 들어왔다고 한다.

‘토픽스가 0.5% 하락하면 일본은행이 개입한다’라는 규칙이 깨지자 공매도 세력이 위축되며 결과적으로 하락 압력이 약해졌다.

일본은행의 ETF 매입 규모 확대 효과에 대해서는 시장의 평가가 엇갈린다.

당장 주가 하락은 막을 수 있겠지만, 실물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닛케이는 “절대적으로 반드시 사줄 사람이 있는 시장에서는 일본 주식 비중을 줄이고 싶은 투자자들이 슬금슬금 주식을 매도할 것”이라며 “일본주식 매도세가 줄어들긴 커녕, 일본은행의 손실만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과도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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